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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 차차차~ 춤추며 살빼기 3분만에 땀이 송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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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댄스스포츠 전 국가대표 선수 박지우씨가 턴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왼발에 실려 있던 체중을 오른발로 이동시키고 몸 전체를 돌려 가볍게 턴한다. 이 과정에서 몸의 균형이 맞춰지고, 곡선이 살아난다. [김상선 기자]

운동은 인생의 ‘과제’다. 유독 그 과제가 하기 싫은 계절이 있다. 바로 여름이다. 내리쬐는 뙤약볕 앞에선 운동은커녕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강한 자외선도 신경 쓰인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선풍기 틀고 TV나 보다 잠들고 싶다. 하지만 긴긴 겨우내 축적해놓은 지방이 거슬린다. 올여름만큼은 팔뚝살·뱃살·허벅지살 걱정 없이 얇은 옷 좀 입어봤으면. 그렇다면 결론은 다시 운동뿐이다. 이왕 해야 할 인생의 ‘과제’라면 뜨거운 햇볕을 피해 좀 더 재밌게 할 순 없을까.

 이런 이유로 요즘 들어 뜨는 운동이 하나 있다. 바로 댄스스포츠다. 댄스스포츠는 17세기 유럽, 남녀가 서로 원형을 이뤄 추는 ‘사교댄스’에서 시작됐다. 이후 4분의3 박자로 우아한 움직임과 빠른 회전을 동시에 보여주는 왈츠, 매혹적이면서 절도 있는 동작의 탱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요염한 감정 표현이 흥을 돋우는 차차차, 남녀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춤사위로 ‘사랑의 춤’이라 불리는 룸바, 스페인 투우사의 용맹한 모습에서 따와 박력 넘치는 파소 도블레, 정열적인 리듬 속 생동감 가득한 춤으로 ‘배꼽’이라는 뜻을 지닌 삼바 등으로 다양해졌다. 그런데 이 춤이 요즘 한국에선 몸을 관리하는 ‘피트니스’ 수단으로 새롭게 관심 받기 시작했다. 낯선 이와 손을 맞잡고 운동을 한다는 게 어딘지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싱글’ 댄스스포츠도 있다.

 “자, 오른발에서 왼발로 체중을 옮깁니다. 앞으로 한 발 갔으니, 이제 뒤로 한 발 가볼까요? 원·투·스리, 원·투·스리.”

박지우·류지원 부부가 스튜디오에서 커플 스포츠댄스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한 댄스 스튜디오를 찾았을 때 댄스스포츠 전 국가대표 선수인 박지우(35)씨의 목소리가 멀리서부터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들려왔다.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몸을 움직였다. 왼쪽으로 한 발, 또 오른쪽으로 한 발, 그리고 가볍게 턴, 또다시 스텝…. 1분30초 정도 지나자 음악이 멈췄다.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됐다. 연령대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3년 전부터 댄스스포츠를 배우기 시작한 김제니(63)씨는 댄스스포츠가 삶의 자극이 됐다고 했다. 김씨는 “60대가 되면서 삶의 무게에 눌리고 세상 보는 감각이 조금씩 무뎌지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며 “댄스스포츠를 배우면서 체력은 물론 인생의 ‘흥’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텝 하나하나를 외우면서 추다 보니 치매 예방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박지우·류지원(31) 부부는 “날씬한 몸매를 꿈꾸는 ‘다이어터’부터 일상의 즐거움을 찾고 싶은 분들까지 다양하게 수업을 들으러 온다”며 “과거 댄스스포츠가 전문 댄서들의 춤을 ‘우와 잘한다’ 감탄하며 보는 ‘퍼포먼스’ 이미지에 그쳤다면 요새는 헬스 등 다른 운동을 대체할 수 있는 운동법으로도 그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 같은 계절에는 따로 광고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댄스스포츠 스튜디오에서 1년 등록하는 회원 수의 60% 이상이 몰린다. ‘올해 여름에는 기필코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보리라’ ‘남자친구가 불시에 팔뚝살이나 뱃살을 만져도 놀라지 않겠다’ 등 다이어트 결심으로 무장한 20~30대 여성이 많다. 모델 최여진, 배우 강소라, 가수 가희 등 일명 ‘몸짱’ 연예인들이 댄스스포츠를 배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댄스스포츠 다이어트’ 열풍은 더욱 뜨겁다.

 실제로 댄스스포츠의 운동 효과는 매우 뛰어나다. 미국 심장학회 운동위원회에서는 심장·폐 등에 좋은 영향을 주는 운동 요법으로 조깅·사이클링 등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추천하고 있다. 춤을 추며 온몸에 균형을 맞추기 때문에 전신에 힘이 고루 들어가면서 몸에 밸런스가 맞춰진다. 근육과 근지구력 강화 등은 물론 음악의 처음부터 끝까지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보니 심폐지구력·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 상·하체를 고루 이용해 허벅지살이나 팔뚝살 등 군살 빼기에도 좋다. 박지우씨는 “일단 동작 하나하나를 연습하다 보면 팔 라인이나 다리 라인이 굉장히 예뻐지고 그 과정에서 안으로부터 쥐어짜 나오는 근육이 몸매를 탄력 있게 만든다”고 귀띔했다.

 귀가 솔깃해진 기자가 박씨에게 혼자 할 수 있는 싱글 댄스스포츠를 배워봤다. 각 댄스스포츠에서 사용하는 기본 스텝들을 모아 만든 동작이다. 낯선 이와 호흡을 맞추는 게 부끄러운 초보 댄서나 집에서도 혼자 운동 삼아 간단히 몸을 흔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원, 투, 차차차’ 리듬에 맞춰 먼저 왼발을 굴렀다가 다음은 오른발, 그리고 좀 더 빠르게 왼발과 오른발을 교차로 움직였다. 발을 바꿔 계속 반복하다가 이번엔 같은 리듬에 왼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다 오른발을 뒤로 보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다음엔 옆으로 이동. 동작은 점점 더 복잡해졌다. 순서를 잊지 않으려면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집중한 지 3분 남짓, 살짝 몸에 열기가 올라왔다. 여기에 팔 동작까지 가미되면 춤에 온전히 몰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부터 댄스스포츠를 배웠다는 이정민(44)씨는 “춤을 출 때만큼은 모든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반 기업에서도 댄스스포츠가 주는 ‘즐거움’과 ‘활력’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한 럭셔리 브랜드 A사는 지난 6월 업무시간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댄스스포츠 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가장 졸릴 시간인 점심시간 이후 오후 2시쯤 사내 방송으로 댄스스포츠 음악을 틀어 즉석 ‘댄스타임’을 만들었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직원들도 각자 자리에서 조금씩 몸을 흔들며 즐거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기업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 능률 향상과 최근 트렌드에 대한 감각을 키우고자 시작한 이벤트였는데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댄스스포츠를 해온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들에게 댄스스포츠를 권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 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주부, 이성에 이제 막 눈을 뜬 청소년, 일상에 지친 직장인 등 다양한 대답이 돌아왔다. 댄스스포츠 선수 출신인 류지원씨는 “수업을 받는 회원 중 심한 우울증을 앓다가 요즘엔 아마추어 갈라쇼에 나설 정도로 달라진 분이 계신다”며 “그분이 그러시더라.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고. 사소해 보이지만 운동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아주 크다”고 말했다.

글=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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