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도 갔는데 니들 뭔데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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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정부 보유 지분의 일괄 매각에 반대하는 조흥은행 노조가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회의장에 난입해 회의를 방해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자위는 9일 예금보험공사 회의실에서 매각 소위를 열고 예보로부터 조흥은행에 대한 재평가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날 매각소위는 오전 7시30분부터 극비리에 진행됐는데, 회의 소집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조흥은행 노조원 20여명이 예보 건물에 강제로 진입하는 소동을 빚었다.

오전 9시30분쯤 예보 1층 로비에 몰려온 노조원들은 청원경찰 및 예보 직원 10여명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예보 직원들은 "허가 없이 공공건물에 들어갈 수 없다"며 노조원들을 제지하려 했지만 흥분한 노조원들은 이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일부 노조원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열렸던 '勞政토론회'를 지칭하며) 청와대에도 들어가는데 너희가 뭐라고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하느냐"고 소리쳤고, 또 다른 노조원은 "수많은 사람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 왜 일방적으로 하느냐"며 삿대질을 했다. 이들은 또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하기도 했다.

오전 10시쯤 한쪽에서 몸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허흥진 조흥은행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5~6명의 노조원은 임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가 회의실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정광선 매각소위 위원장 등이 회의를 마무리하던 회의장에 들어선 노조원들은 두명씩 조를 이뤄 출입문 두곳을 막았고, 노조위원장은 매각소위 위원에게 "왜 비밀 회의를 하느냐"며 약 10분간 발언했다.

이날 회의에서 예보는 "신한회계법인이 조흥은행의 주당 가치를 5천9백~6천9백원으로 평가했다"고 공식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평가 결과는 조흥은행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신한지주가 제시한 가격 범위(주당 4천6백90~6천4백원)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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