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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판 뒤집어야죠 … CIA 인사 모신 빨간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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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2일 서울 역삼동 빨간모자피자 매장에서 직원들이 신메뉴 ‘모르따델라 피자’를 만들고 있다. 빨간모자피자는 이탈리아식 피자를 고집한다. [사진 빨간모자피자]

국내 피자시장은 약 1조8000억원선으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 약 1조5000억원 가까이를 도미노·미스터·피자헛 등 피자 3사가 차지하고 나머지 3000억원을 두고 중소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처럼 ‘빅3’는 견고한 성을 구축한 상태다. 이 아성을 깨겠다며 도미노피자 출신의 두 중년 남성이 나섰다. 빨간모자피자의 조형선(55) 대표와 김명환(54) 부사장이 그들이다. 도미노피자 공동대표와 신규사업총괄(전무)을 했던 전직 피자맨들로, 2000년대까지 3등에 머물렀던 도미노피자를 업계 1위(본사 매출 기준)에 올려놓은 ‘공신’들이다.

 22일 오후 만난 두 사람은 서울 역삼동에 빨간모자피자 11호점을 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조 대표는 지난 4월 지인 4명과 함께 국산 피자 브랜드 ‘빨간모자피자’를 인수했다.

빨간모자피자의 조형선(오른쪽) 대표와 김명환 부사장. [사진 빨간모자피자]

 1992년 이주남(65) 전 대표(현 고문)가 창업한 빨간모자피자는 ‘강남 피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총 30여개 매장 중 강남에만 20곳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나친 ‘순혈주의’가 오히려 독이 됐다. 가맹점은 빨간모자 직원 출신이 차릴 때에만 오픈이 가능했고, 일반인에게는 좀처럼 프랜차이즈를 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0년 이후 빨간모자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매장도 10곳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빨간모자는 고작 2곳의 직영점과 8곳의 가맹점만 있었다. 미스터피자는 435곳, 도미노피자는 411곳, 피자헛은 353곳의 매장 수를 자랑한다. 조 대표는 “제대로 된 토종 피자를 만들어 보고 싶어 인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대형 피자 브랜드에서 본사에 송금하는 로열티만 해도 연간 100억원에 육박한다”면서 “외식업에서 이 정도 금액이면 큰 돈인데, 이 비용만 줄여도 외국계 피자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뉴 개발은 세계 3대 요리학교인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인 이승재(43) 연구개발(R&D)팀장이 맡고 있다. 이 팀장은 이탈리아 페루자 인근에 ‘몬탈리 컨트리 하우스’ 호텔과 서울 삼성동 파크 하얏트에서 셰프로 일한 요리 전문가로, 빨간모자피자의 ‘이탈리아화’를 책임지고 있다.

 이는 국내 피자업계의 대세인 ‘미국식 패스트푸드 피자’와 상당부분 배치된다. 두꺼운 도우(피자를 굽기 전의 반죽)에 고기와 치즈, 햄 등을 잔뜩 뿌려 오븐에 굽는 기존 미국식 피자와 달리, 얇은 도우에 토핑을 가볍게 올려 굽는다. 피클도 오이나 무는 물론, 토마토와 샐러리를 추가해 매일 매장에서 직접 담가 손님에게 제공한다. 그 외에도 이탈리아 나폴리피자협회에서 인증 받은 진공포장 밀가루와 이탈리아산 올리브 오일, 토마토 소스 등을 수입해 쓴다.

 빨간모자피자가 22일 출시한 모르따델라 피자는 이 팀장의 첫 작품이다. 이 팀장은 이탈리아산 밀가루에 모르따델라 햄과 미트볼 등을 곁들여 만든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다. 그는 또 고구마피자·칠리쉬림프피자 등 기존의 빨간모자 피자 메뉴도 ‘더 이탈리아스럽게’ 개편하고 있다. 빨간모자피자는 내년까지 깔조네(만두모양으로 생긴 이탈리아 피자), 피자 알 타글리오(큼직한 사각 철판에 직사각형 모양의 두툼한 피자를 구워 조각으로 파는 것) 같은 다른 이탈리아식 피자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빨간모자피자는 올해 안에 40여곳의 매장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2017년부터는 아시아권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김명환 부사장은 “색다른 피자맛을 본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외식 사업가들이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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