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고, 덕수고 꺾고 8년 만에 대통령배 우승 도전

중앙일보

입력

 광주일고가 8년 만에 대통령배 우승을 노린다.

광주일고는 2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케이토토 협찬) 준결승전에서 덕수고를 11-5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목동구장에는 응원가 '남행열차'가 신나게 울려퍼졌다. 광주일고 재학생 600여 명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응원을 준비했다. 김선섭(43) 광주일고 감독은 "2년 전 대통령배 4강전에서 공주고 응원단 기세에 눌렸다. 경기도 3-6으로 졌다"며 "교장 선생님이 '2년 전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며 대규모 응원을 제안하셨다"고 밝혔다. 덕수고도 100여 명의 동문 응원단이 왔지만 광주일고 응원단의 함성에 압도당했다.

응원단의 힘을 받은 광주일고는 1회 초에만 8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최지훈(18)의 안타와 볼넷 2개로 2사 만루를 만들었고, 밀어내기 볼넷과 곽봉준(18)의 2타점 적시타로 3점을 먼저 얻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9번 임민섭(18)의 1루 땅볼 때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덕수고 투수 박용민(16)이 공을 놓쳐 2루 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광주일고는 최지훈의 2타점 3루타와 김우종(17)의 1타점 적시타로 3점을 더 내고 공격을 마쳤다. 2회와 3회 1점씩을 추가한 광주일고는 8회 김우종의 솔로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주장 최지훈은 4타수 3안타·2타점을 올리며 타선을 이끌었다. 프로야구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광주일고 오른손 투수 김현준(18)은 6회 말부터 4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김선섭 감독은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발적으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나타났다. 선수들의 우승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내일 결승전을 차분하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통령배 5회 우승에 빛나는 광주일고는 서건창과 정찬헌(25·LG) 등이 활약했던 2007년 서울고를 10-9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3년과 2014년에는 2년 연속 4강에 올랐지만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 덕수고는 올해 등판 기록이 없는 2학년 왼손투수 최건희(17)를 선발로 기용했다. 최건희에게 3~4이닝을 맡기고, 이후 에이스 김재웅(17)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덕수고는 1회부터 와르르 무너져 반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1·2학년 생들이 주축인 덕수고는 2009년 이후 6년 만에 대통령배 탈환을 노렸지만 광주일고의 저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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