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중국 4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중국건설은행에 칼을 빼 들었다. 중국건설은행과 이 은행 뉴욕지점에 미국의 돈세탁 방지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기 위한 방안을 60일 이내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중국건설은행 측은 이를 수용했다.
Fed는 21일(현지시간) 중국건설은행과 작성한 이 같은 내용의 11쪽짜리 합의문을 공개했다. 합의문은 구체적이다. 특히 돈세탁 혐의 거래와 의심스러운 고객 정보를 뉴욕연방준비은행과 뉴욕 주 정부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건설은행은 중국공상은행, 중국농업은행, 중국은행과 함께 중국 4대 시중은행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자산 기준으로는 세계 2위다.
Fed가 중국 4대 은행 중 한 곳에 이런 요구를 한 것은 처음이다. Fed가 어떤 문제점을 찾아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합의문에 단초가 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독립적인 제3자로 하여금 2013년 하반기 중국건설은행 뉴욕지점에서 이뤄진 달러화 청산 거래를 살펴보고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시기와 거래 유형이 특정된 것은 심상치 않은 부분이다. Fed는 당장은 벌금을 매기지 않았다. 그러나 향후 조사ㆍ보고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언제든지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미국 금융시스템을 돈세탁 행위에 악용하는데 대한 Fed와 미국 규제당국의 추적은 집요하고 강도 높기로 이름 높다. 2014년엔 미국 경제 제재 대상국인 수단ㆍ쿠바ㆍ이란 등과 거래한 프랑스의 BNP파리바 은행에 90억 달러(약 10조원)의 벌금을 때렸을 정도다.
Fed가 중국 당국과 어떤 교감을 갖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흥미로운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을 담당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가 때마침 중국건설은행의 4개 지점에 대한 감사를 최근 시작했다고 발표한 점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앙기율위는 웹사이트에 띄운 성명에서 “감사는 당 간부들의 치부를 위한 권력 남용과 부패 혐의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