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 어민들, 냉동고에 쌓인 배스?블루길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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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호수나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강원도 어민들이 블루길·배스 등 생태계 교란 어종을 포획하고도 처리할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이들 어종을 수매하던 시·군 예산이 바닥나서다.

 21일 강원도 등에 따르면 춘천·원주·횡성·화천·양구·인제 등 6개 시·군은 2003년부터 외래종인 블루길·배스와 토종 누치·강준치 등 생태계 교란 어종을 ㎏당 5000원에 사들였다. 이를 위해 6개 시·군이 올해 편성한 예산은 모두 2억7333만원이다. 하지만 이들 시·군의 수매 예산이 대부분 바닥났다. 왕성한 번식력 때문에 이들 생태계 교란 어종이 워낙 많이 잡혀서다. 춘천시는 예산 7333만원을 지난달까지 모두 썼고, 원주시는 이보다 두 달 앞선 지난 4월 예산 7200만원을 소진했다.

 그러다보니 어민들은 포획한 생태계 교란 물고기를 냉장고 등에 보관하거나 밭에 거름으로 쓰고 있다. 춘천 의암호 주변 호반어촌계 어민 8명이 냉동고에 보관 중인 물고기 량은 약 3t이다. 어민 송흥섭(75)씨는 “올해 수매가 끝나 배스·누치 등을 내년까지 보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진규 강원도 내수면연합회장은 “생태계 교란어종이 급격히 늘면서 수매 관련 예산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며 “강원도에 예산 증액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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