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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지원으로 활로 열자”… 고속버스로 구미 간 이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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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둘째)이 21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센터가 육성하는 벤처 기업의 성과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시제품을 살펴 보고 있다. 이 부회장 왼쪽은 권영진 대구시장, 오른쪽은 김선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기자]
이대공 대표

21일 이른 아침 이재용(47)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속버스에 올랐다. 그가 향한 곳은 경북 구미시의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7개월만에 다시 방문한 셈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 김관용 경북지사를 만나 회의장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선 경북지역의 고택명품사업과 제조 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스마트 팩토리 사업, 창조농업을 위한 지원사업 과제들이 논의됐다. 회의를 마친 이 부회장은 다시 대구광역시로 이동했다. 지난해 9월 확대 출범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이 부회장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만든 C랩을 꼼꼼히 둘러봤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은 C랩 벤처기업들의 운영 현황과 스타트업 창업지원 성과를 둘러보고 앞으로도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C랩을 거쳐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신생 기업은 모두 16곳. 17억4000만원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자금에 힘입어 C랩에 입주했던 16개 기업 모두가 법인설립을 마친 상태였다.

지난 20일 만난 김희윤(55) 사운드브릿지 대표 역시 이들 중 한명으로 그는 다음달로 예정된 시연회에 정성을 쏟고 있다고 했다. C랩 도전자 가운데 최연장자에 속하는 그는 창업 ‘삼수생’이다. 두번의 사업 실패를 딛고 출가를 결심하기도 했던 그가 희망을 갖게 된 건, 신문에 실린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입주기업을 뽑는다는 공고 덕이었다. “젊은 사람들이나 지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젊은 친구들 기회를 뺐는 건 아닐까.” 주저하는 마음을 누르고 사업보고서 하나만 달랑 들고 대구로 내려가면서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지난달 12일 C랩 1기생들이 참여하는 쇼케이스에서 그가 내놓은 건 경중 난청자를 위한 이어폰. 엄지 손가락 한마디 크기인 이 제품은 비싸게는 600만원에 달하는 기존 보청기를 대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참석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뒤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게 4가지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해 쓸 수 있도록 했다. 쇼케이스를 마친 김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 하나가 왔다. 울산의 한 기업에 다니고 있는 장성한 아들이었다. “아빠 마지막 사업인데 이번에 못보면 다시 못볼 것 같아서 월차를 내고 왔어요.” 문자를 본 김 대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지난 4년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설명하기 힘들었는데, 창조경제센터 도움으로 꿈을 이루게 됐다”고 했다. ‘사운드 핏’이란 이름의 시제품을 만들기까지 창조경제센터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도움이 이어졌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디지털 액자 사업을 했지만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실패했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재기를 노리게 됐다”며 “난청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소음에 노출되어 있는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다음달 시연회를 거쳐 기업설명회(IR)를 통해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런어웨이를 걸었던 모델에서 사업가로 변신한 이대공(34) 이대공 대표는 최근 안국역 인근 윤보선로에 매장을 냈다. 원하는 소재로 가방을 자유자재로 ‘조립’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C랩에 들어가면서 그는 ‘글로벌 시장’이란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최근엔 이름도 이장규에서 회사 이름처럼 이대공으로 개명했다. ‘존규’란 이름으로 운영했던 홈페이지(www.johngyu.com)도 싹 바꿨다. 이용자들이 원하는 가죽소재나 커버를 자유자재로 선택해 홈페이지에서 자신만의 가방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직원도 2명에서 5명으로 늘렸다. 그는 “C랩을 통해 성장하고 있으니 이 속도를 놓쳐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매장을 열고 채용도 했다”고 말했다.

‘한류(韓流)’ 열풍에 동참하고 싶은 욕심을 담아 신생기업 치곤 이례적인 마케팅에도 도전했다. 이른바 ‘연예인 마케팅’이다. 한때 오디션도 함께 도전했던 탤런트 윤균상씨가 그 대상으로, 드라마 ‘너를 사랑하는 시간’에 출연하는 윤씨에게 가방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는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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