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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우리 김무성 대표” 김 “정부 성공이 당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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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당·정·청 회의를 전방위적으로 재가동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32분 동안 지도부와 회동한 뒤 김무성 대표와는 19분간 독대를 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김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 김무성 대표’께서 취임 1주년을 맞으셨는데….”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156일 만에 청와대에서 열린 당·청 회동의 모두발언을 이렇게 시작했다. 표정도 밝았다. 마주 앉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도 마찬가지였다. 심각한 당·청 갈등을 노출시키고 지난 8일 겨우 일단락된 ‘유승민 파동’은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일’ 같았다. 화기애애한 회동은 32분간 진행됐다. 공개 발언도 덕담 일색이었다.

 ▶박 대통령=“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운 일도 많았는데, (김 대표가 당을) 잘 이끄느라고 1년 동안 노고가 많았다. 앞으로 새 원내지도부 출범을 계기로 당이 더욱 더 국민 중심으로 나아가고…(중략)…당정 협의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기 바란다.”

 ▶김 대표=“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당에서 책임지는 그런 자세로 같이 하도록 하겠다.”

 ▶원 원내대표=“지난번에 인사드리러 왔을 때는 제 선거 때도 코피를 안 흘렸는데 제가 대통령님 당선을 위해 코피 흘린 얘기를 했었다. 이제 원내대표가 돼서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코피를 흘리도록 하겠다.”

 ▶박 대통령=“(웃으며) 어떻게 그렇게 말씀을 잘 하시느냐.”

 이날 유승민 사퇴 파동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더 국민 중심으로 가라”는 박 대통령의 당부는 지난달 25일 유 전 원내대표를 비판했던 발언과 대구를 이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다.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자기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새 원내지도부를 향해 ‘자기 정치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더 이상의 당·청 갈등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도 꼭 필요한 개혁 과제 중 하나였지만”이라며 “당·정·청이 앞으로 하나가 돼 꼭 해야만 되는 개혁 과제들이 있다”면서 노동 개혁을 꼽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박 대통령이 올 하반기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로 노동 부문의 개혁을 꼽아왔다”고 강조했다.

 새로 원내대표가 된 걸 자축하는 의미로 원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직원들에게 찰떡을 돌렸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당·청 간에 찰떡같이 화합해서 일을 하자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말씀만 들어도 든든하다”고 답했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회동)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웃음도) 빵빵 터졌다”고 흐뭇해했다.

 이날 회동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광복절 특별사면이었다. 당 측에서 경제인들의 사면을 적극 건의하고 대통령이 듣는 모양새였다. 정치인 사면 문제가 논의됐느냐를 놓고는 혼선도 빚어졌다. 한 참석자는 “김 대표가 ‘민생사범이나 경제인에 집중해 사면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면서 “정치인들은 이번 사면에서 배제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고 전했지만 김 대표 본인은 부인했다.

 회동 막바지에 김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내년도에 (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이하는 소록도 한센인 마을에 대한 특단의 지원 대책을 부탁드린다”며 관련 자료를 건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격돌했던 2007년 5월 김 대표는 캠프의 좌장으로 당시 박근혜 후보와 함께 소록도를 방문했고 이후 한센인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왔다. 박 대통령과 추억을 공유하는 공동 관심사를 김 대표가 테이블에 일부러 올린 듯한 모양새였다. 새누리당 당직자는 “김 대표가 여당 의원들을 권역별로 50여 명씩 묶어 따로 만나달라는 건의도 박 대통령에게 했다”고 전했다.

남궁욱·정종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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