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자체 구조조정 가닥 … 대주주 산업은행 긴급 실사 들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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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 대에 달하는 손실을 숨겨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다음 달 정확한 실사결과가 나와 봐야 실제 손실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기업 가치 하락은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전날 가격제한폭(-30%)까지 떨어졌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16일에도 6.5% 떨어진 게 이를 방증한다. 조선업계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실적에 플랜트 부문의 손실을 반영하면서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다같이 흙탕물(플랜트 건설)에서 놀았는데, 대우조선해양만 깨끗할 수 없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해양 플랜트 사업의 속성상 대우조선해양의 정확한 손실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건설기간이 평균 3년 이상이 걸려 손실 반영 시점에 따라 손실액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해양플랜트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일 예로 2010년의 경우 조선3사 전체 수주액(315억 달러) 중 해양플랜트의 비중은 44%(139억 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영화는 짧았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플랜트 발주 자체가 줄어들었다.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1년 99억 달러에 달했던 해양플랜트 수주가 올 상반기 전무하다. 또 우리 조선업체들의 원천 기술력이 약해 매출은 많아도 순이익은 크지 않았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이 아닌 자체 구조조정으로 자금난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자기자본이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2조~3조원의 손실이 반영되더라도 자본잠식으로 가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날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긴급 실사에 착수했다. 산은은 한 달 이상의 실사를 마친 뒤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상황이 나쁘지 않으면 채권단 신규 자금지원으로 충분하겠지만 재무구조 악화가 심각하면 유상증자를 비롯한 다른 수단까지 함께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공동 자금지원보다는 산은이 대주주로서 책임지는 차원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실사 과정에서 책임 공방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수기·이태경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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