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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재건축…건설사들 시공권 확보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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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반포동 주공1단지 재건축조합 사무실.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하려면 아직 1년 가량 남았지만 건설사 직원들이 벌써부터 사무실을 수시로 들락거린다. 일찌감치 건설사 브랜드를 홍보해 시공사 선정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이 아파트 오득천 조합장은 “10대 건설사 중 안 오는 곳이 없을 정도”라며 “반포 노른자위에 들어서는 대단지여서 건설사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열린 서울 사당동 사당3재건축구역 시공사 입찰을 위한 설명회엔 17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이들 건설사 직원들은 요즘 조합 사무실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건설사 직원들이 음료수나 휴지 등을 들고 다니며 입주민들에게 홍보활동을 펼친다”고 귀띔했다.

주택건설업계의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전이 치열하다. 해외시장 위축으로 업체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국내 주택사업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과 외곽의 택지도 줄어들고 있다. 올해 재건축·재개발 시장이 갑자기 커졌기 때문이다. 집값이 오르고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자 조합이 사업을 서두르면서 시공사 선정도 빨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수주액은 12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인 14조여원에 근접한 금액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수주실적이 역대 최대인 20조원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재건축·재개발 시공권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부 건설사는 조직을 대폭 보강했다. 대우건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도시정비사업팀을 기존 1개팀에서 2개팀으로 늘렸다. 롯데건설은 강남권 수주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강남지사를 새로 열었다. GS건설 등도 사업팀 인력을 늘리고 있다.

그 동안 대형 건설사들의 독무대였던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중견 건설사도 뛰어들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9월 부산 연산3구역에서 첫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올 들어선 부산 구포3구역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직3구역 재개발 사업 2건을 수주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 3월 부산 봉래1구역 재개발 공사의 시공사로 뽑혔다. 이 회사의 첫 재개발사업 수주다. 반도건설 김정호 홍보팀장은 “현재 4~5곳 정도 추가로 접촉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좋은 곳을 선별적으로 골라 수주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열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영등포구 상아·현대아파트 조합 사무실은 지난달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건설사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상품권 등을 건넸다는 의혹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수주에 공을 들이는 것은 공공택지 개발 중단으로 주택을 지을 땅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조합원 물량이 있어 상대적으로 사업 안전성이 높다. 조합원이 가져가는 주택이 전체 가구수의 60~80%여서 분양 부담이 적다. 해외 수주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254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32.1% 줄었다. GS건설 남무경 건축기획담당 상무는 “해외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택지개발이 중단돼 정비사업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다”며 “도심권에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분양 리스크(위험)가 작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이달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법이 개정되면 서울 등에서 사업승인 이전 단계인 조합설립부터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시공사 선정까지 사업기간이 줄어 시공사 선정 입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조합들이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 분양하기 위해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며 “사업속도가 빨라지면서 시공사 수주 시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강남권 등 주요 단지들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반포동 주공1단지와 신반포15차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서초동 무지개도 시공사 선정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연구위원은 “시공사 수주전이 지나치게 달아오르면 사업 차질과 분양가 상승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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