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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보는 남자] 리얼 예능에 강림한 원조 국민 여동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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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6월 20일 종영한 드라마 ‘프로듀사’(KBS2)는 KBS 예능국을 무대로 삼았다. 극 중 신비한 이미지의 톱스타 가수 신디(아이유)는 예능 프로그램 ‘해피 선데이-1박 2일’(이하 ‘1박 2일’)에 출연해 대중에게 보다 친근한 스타로 거듭났다. 그와 비슷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6월 14일부터 28일까지 3주에 걸쳐 ‘1박 2일’의 ‘두근두근 우정여행’ 편에 출연한 문근영(28)이 그 주인공이다.

10대 시절, 드라마 ‘가을동화’(2000, KBS2)와 영화 ‘어린 신부’(2004, 김호준 감독)에서 앳되고 순수한 매력을 뽐낸 그는 ‘국민 여동생’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잘 비치지 않던 그가 ‘1박 2일’에 나온 건 무척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든 국민 여동생의 예능 나들이는 한마디로 성공적이었다.

‘두근두근 우정여행’은 ‘1박 2일’의 고정 멤버들이 각자 자신들의 ‘여자 사람 친구’를 초대해 다함께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형식이다. 문근영은 김주혁의 친구로 깜짝 등장했다. 등장과 함께 김주혁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제가 오빠를 럭키 가이로 만들어 줄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깜찍하기 그지없었다. 이어 문근영은 여행 내내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보였다. 자신을 스스로 ‘밥순이’라 불러 다른 출연자들에게 탄수화물 중독 아니냐는 놀림을 받기도 하고, 게임을 할 때마다 승부욕을 불태우더니 1등을 거머쥔 순간에는 거침없이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내숭 없는 모습이 해맑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과 김연아, 국민 MC 유재석…. 누군가의 이름 앞에 ‘국민’이란 수식어가 붙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 타이틀을 오래 지키든, 떨쳐내든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영광인 동시에 짐일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존재가 대중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걸 지켜보는 건 감격스러운 일이다.
‘두근두근 우정여행’ 편이 반가웠던 것은 어린 여동생의 모습을 뛰어넘어 건강한 20대로 살아가고 있는 문근영을 재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2007년 첫 시즌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1박 2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매주 급변하는 대중의 입맛에 따라가야 하는 예능계. 그곳에서 때로는, 오랜 세월의 힘과 함께해 온 친근한 존재의 소중함을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장수 예능 프로그램만이 보여 줄 수 있는 감동이 아닐까.

글=진명현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는 남자.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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