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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발견된 해적왕의 50kg 은괴, 성분 검사하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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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키드의 은괴는 가짜다.”

지난 5월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17세기 해적왕 ‘캡틴 키드’의 은괴가 가짜로 판명 났다.

유네스코는 14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적선 탐험가 배리 클리포드가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캡틴 키드의 은괴를 분석한 결과 배의 균형추(밸러스트) 역할을 하던 납덩어리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키드의 난파선 ‘어드벤처 갤리’호로 알려졌던 잔해들도 부두 공사에 쓰였던 자재들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클리포드 탐사팀은 지난달 마다가스카르 북쪽 유명 휴양지인 세인트 마리섬 인근 바다 밑에서 17세기의 악명 높았던 해적왕 윌리엄 키드(캡틴 키드)의 배 ‘어드벤처 갤리’를 발견했고 잔해 속에서 키드의 은괴 50㎏도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탐사팀은 “은괴에 적힌 알파벳 S와 T는 17세기 볼리비아에서 제작된 진품임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300년 동안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캡틴 키드의 숨겨진 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클리포드는 은괴 중 일부를 마다가스카르 정부에 기증했고, 라자오나리맘피아니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각국 외교사절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열었다. 라자오나리맘피아니 대통령은 “이번 발견은 ‘보물섬’의 미스터리를 푼 사건”이라며 “마다가스카르를 ‘보물섬’ 관광지로 개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상을 놀라게 했던 ‘캡틴 키드의 은괴’가 가짜로 판명 나면서 ‘보물섬’의 전설은 계속 미스테리로 남게 됐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캡틴 키드는 영국정부로부터 해적 소탕 임무를 부여 받았지만 자신이 해적으로 변신해 악명을 떨쳤다. 키드는 영국 해군에 체포된 뒤 “교수형을 면하게 해 주면 100만 파운드 상당의 보물을 정부에 헌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1701년 교수형으로 생을 마쳤다.

이후 캡틴 키드가 엄청난 양의 보물을 숨겨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보물섬’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시도가 300년 동안 이어졌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도 캡틴 키드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은괴가 가짜로 판명나면서 클리포드의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클리포드는 1984년 미국 연안에서 격침된 18세기 해적선 ‘위더’를 찾아내 세계 최고의 해적선 탐험가로 명성을 떨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클리포드가 고고학과 해저탐사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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