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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빠져나온 1.5㎞ 땅굴 매일 11.2t 흙 1년 파야 뚫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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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호아킨 구스만

멕시코 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탈옥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6·사진)에 대해 13일 현상금으로 6000만 페소(약 43억5000만원)를 내걸었다. 미겔 앙헬 오소리오 내무장관은 이날 “이 범죄자에게 휴식처는 없을 것”이라며 구스만 체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탈옥 과정에서 교도소 직원들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며 “해당 교도소장 등 교정당국 관리 3명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교도소 관계자 34명과 수감자 17명도 이날 검찰의 심문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혐의가 확인된 사람은 없다. 멕시코 당국은 미국·과테말라·벨리즈 등 인접 국가들과 함께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가 거액의 현상금까지 내걸며 잡으려는 구스만이 알티플라노 교도소를 탈출할 때 이용한 1.5㎞ 길이의 땅굴은 어떻게 뚫었을까. 문제의 땅굴은 구스만의 독방 샤워실에서 계단으로 10m 가량 내려가야 나온다. 멕시코 정부 발표에 따르면 높이 1.7m에 너비 70㎝의 이 굴 안에는 조명 시설과 함께 철로, 흙을 싣는 수레, 수레를 운반하기 위한 오토바이가 발견됐다. 땅굴 중간 중간에는 PVC 파이프로 만들어진 환기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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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굴 터널을 따라가면 교도소 인근 목초지의 버려진 벽돌 건물로 연결된다. 공사 중인 것으로 보이는 이곳은 땅굴을 파던 인부들의 작업장이었다. 침대와 부엌을 갖춰 탈옥 땅굴을 파던 인부들이 식생활을 해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스만은 이 건물을 통해 지상으로 탈출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측하고 있다.

 멕시코 일간지 밀레니오는 13일 구스만의 이번 탈옥 작전에 ▶최소 4명의 인부가 동원돼 ▶하루 8~10시간 작업해 땅굴을 4.9m씩 팠으며 ▶하루 11.2t 분량의 흙을 파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문은 탈옥 땅굴을 완성하는 데는 352일이 걸렸을 것으로 계산했다. 구스만이 지난해 2월 체포된 뒤 이 교도소에서 17개월간 수감됐다는 걸 감안하면 교도소에 수감된 첫 5개월 동안 탈옥 계획을 세운 것으로 추측된다.

 AP통신은 미국 마약당국이 지난해 구스만이 수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탈옥을 다시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마약단속국(DEA) 로스앤젤레스 지부는 지난해 3월 구스만의 탈옥 계획에 관한 첩보를 처음 입수했다. 첩보에는 구스만이 운영하는 마약 조직 ‘시날로아 카르텔’ 산하 조직이 구스만의 탈옥에 자금을 대고, 사전에 간수들을 위협하거나 뇌물로 매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열거돼 있었다. AP가 공개한 문건에는 같은 해 7월 “구스만의 아들이 탈옥 계획을 준비하기 위한 변호인단을 교도소에 보냈다”는 내용도 있었다.

 멕시코 마약 조직이 마약 밀매에 땅굴을 사용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CNN은 시날로아 카르텔이 마약 밀매를 위해 2013년 11월 뚫었던 터널을 소개했다. 이 터널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멕시코 북서부 국경도시 티후아나까지 1㎞ 길이였다. 이런 규모의 마약 터널이 티후아나 인근에만 100개가 넘는다고 CNN은 전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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