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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시 안찾는 유커들

중앙일보

입력

내수 소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유커(遊客ㆍ중국인관광객)’ 가운데 한국을 다시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관광ㆍ음식료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유커가 한국에 머무는 기간도 크게 감소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중국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한 대응 과제’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 조사에 따르면 유커 수는 지난 2001년 48만명에서 지난해 613만명으로 해마다 21%씩 고속성장했다. 특히 2013년을 기점으로 한국을 방문한 유커의 숫자가 중국을 방문한 한국인 수를 추월했다. 장병권 호남대 교수는 “현재 추세로 보면 2020년엔 유커를 1280만명까지 유치할 수 있다”고 내다 봤다. 국내 소비를 일으킬 든든한 원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적 성장세’에 비해 ‘질적인 면’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 중의 하나가 재방문율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유커 중에서 처음 방한한 이들의 비중은 지난 2011년 68%에서 지난해 79%로 늘었다. 그러나 한국을 다시 찾은 유커의 비중은 같은 기간에 14%에서 11%로 줄었다. 한국을 두번 이상 방문할 만큼 매력을 느끼는 유커가 적다는 얘기다. 또 유커의 체제 기간은 2011년 평균 10일에서 지난해 5.7일로 크게 줄었다. 관광 활동 역시 쇼핑이 치우쳐 있고, 방문 지역도 서울ㆍ제주 등에 국한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다른나라들은 유커 유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유커를 대상으로 단체 관광객 비자와 복수비자 등을 발급해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소비세 면세제도를 확대하고, 크루즈ㆍ카지노 산업을 키우는 등 다양한 진흥책을 펴고 있다. 태국 역시 저가 패키지 상품을 근절해 유커를 불러 모으고 있다. 유럽도 다르지 않다. 스페인 세비아는 2012년 ‘중국인 친화도시’를 선언하고 유커 유치를 위한 거점 도시화를 추진하고 있다

장병권 교수는 “쇼핑 관광과 바가지 요금에 의존하는 저가 여행상품부터 근절해야 한다”며 “중국의 고소비층인 20~30대 신세대(버링ㆍ쥬링허우 세대)가 좋아할만한 상품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크루즈ㆍ저비용항공 등 유커 이동 수단을 다각화하고 ^산악ㆍ해안 등의 추가적인 관광레저 거점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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