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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외국인 강사도 근로자 … 퇴직금·수당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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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의 외국인 강사도 근로자이기 때문에 퇴직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청담러닝이 운영하는 청담어학원의 외국인 강사 22명과 내국인 강사 2명이 학원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에서 “학원이 4억6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외국인 강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건 처음이다.

 2009~2010년 청담어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한 외국인 A씨 등은 학원이 주휴수당, 연차휴가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자 2011년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2심인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 김형두)는 “학원 측은 정기적으로 영어강의 방식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고, 강의 장소와 강의 내용·진도를 일방적으로 정했다”며 “ CCTV를 설치해 강의 내용 등을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강사들에게 통보하기도 했다”고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 강사들이 학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재판부는 “학원 측의 주장대로 일부 원어민 강사들이 스스로를 근로자가 아니라 프리랜서로 생각했더라도 근로관계의 실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원심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원심에 법리 오해나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이 처음으로 외국인 강사를 근로자로 인정함에 따라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회화지도 비자(E-2)를 발급받은 국내 거주 외국인은 1만7157명에 이른다. 해외 동포는 E-2비자 없이도 학원 강사로 일할 수 있다. 둘을 합칠 경우 국내에서 활동 중인 원어민 강사 숫자는 3만 명 정도다. 대법원 김선일 공보관은 “외국인 학원 강사도 그 근로 형태와 내용이 사용자의 실질적 지휘·감독을 받는 등 근로자로서 성격을 지닌다면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라며 “한국인 학원 강사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만큼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변호사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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