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중개 과정에서 11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무기중개상 이규태(66·구속기소) 일광공영 회장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 출범 후 사기 피해 자금 환수를 위해 민사소송까지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일 법무부와 검찰,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르면 이달 중 법원에 이 회장에 대한 사기 피해금 환수 소송(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송 관련 자료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검토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소송에 앞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이 회장 소유 토지와 일광공영 사옥 등에 대한 가압류와 매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소송은 법무부 장관 명의로 법무부 국가송무과와 서울고검이 지휘한다. 소송 액수는 98억원 규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혐의가 적용된 건 1100억원대에 달하지만 장비가 실제 납품된 점이 고려됐다. 법무부와 방사청은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소송 액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 출범 이후 뇌물 수수 등 범죄 수익을 몰수한 사례는 있었지만 유출된 세금을 되찾기 위한 민사 소송이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소송에는 합수단의 수사 결과가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사기 혐의를 뒷받침할 자료와 함께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이 회장의 재산 내역 등을 방사청에 전달했다. 소송에 대비해 이 회장 측이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가압류와 재산처분금지 가처분을 위해서다.
합수단은 앞서 이 회장 소유의 서울 성북동 고급 주택(대지면적 1499.00㎡·공시지가 35억원) 관련 정보를 국세청에 제공하기도 했다. 해당 주택은 이 회장이 세무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미국 유령법인 명의로 등기해 놓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지난 4월 이 회장의 체납 세금을 받아내기 위해 해당 주택에 대한 매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서울북부지법이 받아들여 현재는 처분이 제한된 상태다.
이번 소송은 검찰이 이 회장과 함께 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지목한 SK C&C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SK C&C는 2009년 5월 터키 무기 제조업체인 하벨산으로부터 장비에 탑재될 프로그램 등에 대한 530억원대 국내 개발 하청을 받았지만 연구개발 실적은 전혀 없었다는 게 합수단의 판단이다.
합수단은 SK C&C가 프로그램 개발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으면서도 이 회장과 공모해 방사청으로부터 개발비를 받아낸 것으로 보고 있다. SK C&C는 사기 피해금에 대한 지급 보증을 약속해 일단 가압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합수단은 2009년 4월 방사청과 터키 하벨산의 1100억원대 공군 전자전장비 도입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국내 연구개발비를 부풀린 사실을 확인하고 이 회장을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하벨산으로부터 받은 중개료와 SK C&C로부터 국내 개발 하청 대가로 받은 중개료, 일광공영 계열사로의 재하청 수익 등 216억원의 이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단은 이 회장과 공모한 혐의(사기)로 정철길(60) SK이노베이션 대표 등 당시 SK C&C 임직원 4명도 기소했다.
서복현 기자 sphjtb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