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자랑하던 수입차 … 불거진 ‘뻥튀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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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연비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연비 좋다는 일부 유럽차들이 이를 내리면서 촉발됐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최근 골프 1.6 TDI(디젤) 모델의 연비가 리터당 16.1km라고 밝혔다. 얼마 전까지 18.9km의 연비를 자랑하던 차였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연비를 과장한 것 아니냐’며 발끈했다. 폴크스바겐 코리아 측은 “전과 똑같은 차량이 아니라 강화된 배기가스(유로 6) 기준에 따라 7월에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모델의 연비를 등록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동시에 프랑스 푸조 308 모델도 비슷한 홍역을 치렀다. 1.6 디젤의 연비가 18.4km에서 16.2km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뻥튀기 연비’ 논란에 휩싸였다. 푸조 측은 “변속기·엔진 등이 완전히 다른 모델”이라며 “특히 이전 변속기의 연비가 좋았지만 승차감 등에서 국내 소비자들 기호에 안맞아 다른 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을 들여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입차들은 국산차보다 월등한 연비를 무기를 내세워 시장을 공략해왔다. 특히 디젤차 쪽에서 연비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연비 하향’ 조정으로 국산차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산차가 ‘연비 역전(逆轉)’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차 쏘나타의 경우 디젤 1.7 차량의 연비가 16.8km에 달한다. 새로 들여온 골프 1.6 디젤과 비교해 연비에서 앞선다. 값은 쏘나타가 최대 600만원 가량 싸다. 기아차 K5의 1.7 디젤 역시 16.8km의 연비에 비슷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쏘나타와 K5 모두 ‘유로 6’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한 엔진을 장착하면서 연료 효율성까지 달성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지면서 연비 표시 문제에 민감하다”며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안전도·편의 위주 기술 개발에서 연비가 관건이란 걸 인식해 디젤 엔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술·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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