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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당권레이스 이번주 팡파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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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이 이번 주부터 대표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11일이 후보 등록일이다.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당을 책임질 사람을 결정해 내년 4월의 총선에 대비하자는 대표경선이다. 경선의 유권자는 23만명이다.

모두 한나라당 당원이다. 이들은 누가 되는 것이 총선에서 당과 자기 지역 선거에서 유리할지를 저울질하며 표를 던지게 된다. 이들이 누구를 당 대표로 정하느냐로 한나라당의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이 결정된다. 총선 전략이야말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읽는 '코드'다.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가 여권의 신당 창당 및 영남 공략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여권이 신당을 앞세우든, 민주당을 리모델링해 영남으로 밀고 들어오든 한나라당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당내에선 "이 경우 영남권에 뿌리를 둔 최병렬(崔秉烈).강재섭(姜在涉)의원이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반면 수도권과 중부권이 최대 승부처로 부각될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같은 논리로 서청원(徐淸源)의원과 김덕룡(金德龍)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도권과 충청권, 그리고 호남권의 지구당 위원장들은 "한나라당이 영남당이란 소리를 듣게 되면 선거가 크게 어려워진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핵심 이슈는 정체성 논란이다. 한나라당이나 당원 입장에선 "어떤 이념의 깃발을 내세우는 게 총선 승리에 유리하냐"는 고민이 된다. 경선 후보 가운데 최병렬.강재섭 의원은 상대적 보수로, 김덕룡.김형오(金炯旿).이재오(李在五) 의원 등은 상대적 진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이들의 중간쯤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스스로도 중도를 표방한다.

노선 변수와 맞물려 있는 쟁점이 이른바 세대교체 논쟁이다. 50대 후보들은 "50대 대통령에 맞설 수 있는 50대 야당 대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60대 후보들은 "능력과 경륜, 경력과 도덕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선 변수와 관련해 주목되는 사람들이 이른바 당내의 소장.개혁파 그룹이다. 소장파 원내외 지구당 위원장 모임인 쇄신연대는 오는 15일 후보초청 토론회를 여는데 "가장 개혁적인 후보를 연대해 지지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쇄신연대엔 70여명의 위원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상태여서 파괴력은 미지수다.

후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총선전략을 세일즈하고 있다. 다들 국민참여형 상향식(上向式) 공천제를 시행해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겠다고 다짐한다. 물갈이 요구에 대해 徐의원은 "지구당 위원장과 신진 인사 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틀을 갖추겠다"고, 崔의원은 "공천준비위를 구성해 공천방식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김덕룡.강재섭 의원은 "명망있는 외부인이 참여하는 후보추천기구를 설치, 공천문제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당외인사를 참여토록 하겠다는 얘기다.

김형오 의원은 "공천 경선에서의 국민참여 비율을 지구당 추천 대의원보다 훨씬 높이겠다", 이재오 의원은 "지역구 예상출마자들에게도 수개월간 해당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 뒤 후보를 선출토록 하겠다"는 안을 각각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서청원.최병렬.김덕룡.강재섭 의원은 당 이미지 쇄신에, 김형오.이재오 의원은 물갈이에 각각 비중을 두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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