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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협의, 유승민 합류 후 건건이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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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지난 2월 1일 “국민을 위한 정부 정책이 여당과 잘 조율되게 하겠다. 획기적인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청 회의를 강화하겠다면서다. 수석에 임명된 지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6월 3일 새누리당 측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관련한 당·정·청 회의를 열자고 제안하자 현 수석은 “여당이 메르스 대책을 우리에게 알려주면 참고하겠다”고만 했다. 4개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청와대가 여권 내 정책 공조 필요성을 절감한 건 1월 연말정산 대란 때였다. 그래서 2월 1일 정책조정협의회 신설이 발표됐다. 첫 발표는 ‘청와대-내각 정책조정협의회’였지만 다음날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로 확대됐다. 이날 선출된 여당의 새 원내지도부가 참여를 희망해서다.

 문제는 합류한 원내대표가 ‘비박계’인 유승민 의원이었다는 점이다. 우여곡절 끝에 첫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는 2월 25일에야 열렸다. 첫 협의회에선 설전이 벌어졌다. 당시 한 참석자는 “건건이 대립하다가 나중에는 ‘이견이 있었다는 걸 공개하자’(유 전 원내대표), ‘아니다. 합의된 내용만 발표하자’(현 수석)를 놓고 충돌했다”고 전했다. 회의 뒤 여당은 “정책과 입안부터 집행까지 당이 주도한다”고 발표했고, 그런 여당의 발표에 청와대는 끓어올랐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당·청 간 정책조율 기능은 그나마도 실종되는 수순을 밟았다. 연금법 개정 파문→메르스 확산→ 그리스 파산 사태로 이어지는 동안 정책조정협의회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4월 19일을 마지막으로 11일 현재 84일째 ‘유령 회의체’ 상태다.

 당·청이 서로 100% 공감한 ‘메르스 추경예산’ 편성 논의, 실무당정회의(지난 1일)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빠진 ‘반쪽 회의’로 열렸다. 당·청 간 대화 라인도 꽉 막혀 있긴 마찬가지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새누리당 대표 간 고위 당·정·청 회동은 국회법 개정안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5월 15일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3일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눈도 안 마주쳤다. 이 즈음 청와대 관계자들은 “다른 비박계는 다 돼도 유승민과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당·청 분열상에 대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국정운영의 성과에 따라 이뤄진다. 권력게임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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