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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민간 공연단체 '윈-윈'상주 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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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공연장에 연주단체를 상주시키는 것이 새로운 극장 경영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안양·과천·군포 등 수도권 중·소도시의 시민회관이 민간 공연단체와 상주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를 채워넣는 셈이다. 극장측에선 상주 단체에 연습실과 사무 공간, 무대를 제공하고, 공연단체에선 극장의 기획공연에 무료 또는 실비로 출연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표적인 민간 직업발레단인 서울발레시어터가 과천시민회관과 상설 공연 등을 공동 제작하는 조건으로 상주계약을 하고 시민회관 안에 사무실과 연습실을 마련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극단'모시는 사람들'이 이곳의 상주단체로 합류했다.

과천시민회관은 현재 서울내셔널심포니.과천필하모닉에도 연습실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1997년에는 안양윈드오케스트라가 안양문예회관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는 2000년 3월 상주 계약을 한 군포시민회관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김홍기)가 꼽힌다.

프라임 필하모닉은 군포시민을 위한 음악회를 연간 2회 무료 개최하며 수리예술축제.신년음악회.어린이날 음악회 등 군포시가 주최하는 기획공연에 실비로 출연하는 조건으로 1백20여평 규모의 연습실.사무실.악보실을 무료로 임대해 사용 중이다.

김단장과 함께 프라임필의 객원 지휘를 자주 맡는 김덕기(서울대)교수와 김홍기 단장은 지난해 아예 서울에서 군포로 집을 옮겼다. 프라임필의 '찾아가는 음악회'는 군포 공연을 빼놓지 않는다.

김단장은"수도권 시립 교향악단의 창단 비용의 10분의 1만 투자해도 얼마든지 전속 교향악단을 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군포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시에서 별도의 예산 지원까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공연장내 상주단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예술의전당은 서울예술단.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국립발레단.코리안심포니 등 가장 많은 상주 단체가 입주해 있는 공연장이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측이 대부분의 공간을 음악.미술.서예.연극아카데미 교실로 사용해 연습실이 턱없이 부족하다. 비싼 임대료를 내야 하는 전용 연습실 마련은 고사하고 대관이라도 마음껏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상주단체의 관계자들 사이에는 국립극장 시절이 그립다는 푸념이 나오기도 한다.

따라서 공연장과 상주단체의 관계가 집주인과 세입자의 차원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공연장들이 단순히 연습실을 빌려주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상주단체를 십분 활용해 수준높은 기획공연이나 페스티벌을 만들어 공연장의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공연단체를 후원하는 기능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관(貸館)에서 외부 단체보다 상주단체에 우선권을 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외국의 경우 공연장과 상주단체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고 있다. 런던 바비칸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런던심포니는 연간 90회의 공연을 이곳에서 여는 것은 물론이고 이 공연장에 상주하는 조건으로 런던시로부터 후원금까지 받고 있다. 런던 사우스뱅크센터의 로열페스티벌홀은 런던필하모닉 하나로도 모자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도 상주 악단으로 영입했다.

세계 최고로 남부러울 게 없는 카네기홀이 최근 대관공연을 줄이고 별도의 연습실과 사무공간을 마련해줘야 하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뉴욕필을 오는 2006년부터 상주 악단으로 맞아들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배경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뉴욕필은 지금까지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서 연간 1백30회의 공연을 해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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