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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난 못 참아"…할리우드 주민들 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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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상징하는 흰색 ‘할리우드 사인’을 두고 인근 주민들이 시(市)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할리우드 사인으로 진입하는 도로를 폐쇄해 달라는 것이다.

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LA 비치우드 캐년 주민위원회가 최근 LA카운티 법원에 소송을 냈다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소장에서 “LA시가 교통 체증, 화재 사고 위험성 등에 대한 캘리포니아주 환경국과 도시계획위원회 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할리우드 사인 진입 도로를 폐쇄해 달라”고 주장했다.

1923년 한 부동산회사 광고로 처음 세워진 할리우드 사인은 78년 개보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이 됐다. 글자 하나의 높이는 14m, 폭은 9.4~12m로 전체 길이는 110m에 달한다. 할리우드 사인이 LA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되면서 주변 마을인 비치우드 캐년에는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인근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고 크고 작은 산불이 나기도 했다.

소송을 낸 주민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님비(NIMBY&지역 이기주의)를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심각한 안전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위원회는 지난 14년 간 이 지역을 대표했던 톰 라본지 전 시의원이 관광 홍보 효과를 위해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할리우드 사인 주변 환경을 방치했다고 비난했다.

비치우드 캐년에선 지난 5월 한국계인 데이비드 류 시의원이 라본지 전 시의원 보좌관 출신인 캐롤린 램지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교통 체증과 소음 문제 해결을 위해 관광객 감독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인 사회에선 이번 소송이 한인 최초로 LA 시의회에 입성한 류 시의원에게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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