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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동성혼인 재판 … 법적 부부 인정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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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김조광수(왼쪽)·김승환 커플 . 가슴에 무지개색 배지를 달았다. [뉴시스]

“지난해 미국 다큐멘터리를 봤는데 동성부부가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38년간 법정에서 싸운 이야기였다. 37년 되던 해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야 합법적인 부부가 됐다. 내 나이가 50세인데 ‘나도 37년이 걸리면 어떡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감독 김조광수(50)씨는 6일 오후 5시30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김승환(31)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의 손을 꼭 잡은 채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이 서대문구청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 공무원의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 사건’의 첫 재판이 끝난 직후였다. 국내 최초로 동성부부의 법적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것으로, 정식 재판이 아닌 비송(非訟·소송 사건 이외의 민사적 분쟁) 사건으로 분류된다. 김조광수씨는 “단지 우리 관계를 인정해 달라는 것뿐인데 왜 혐오를 받아야 하느냐”며 “법정에서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결국 울고 말았다”고 말했다. 앞서 김승환씨도 “사랑의 자격은 사랑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재판은 이기택(사법연수원 14기) 서부지법원장의 주재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장서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수자인권위원장 등 원고 측 변호인단은 “1997년 헌법재판소가 동성·동본 금혼을 규정한 민법 제809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당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언급했다”며 “헌재는 ‘헌법 제10조에 혼인의 자유와 혼인 상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도 포함된다 ’고 봤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2013년 9월 7일 서울 청계천에서 국내 동성커플 최초로 공개 결혼식을 올리고 같은 해 12월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은 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구청 측은 “헌법 제36조 1항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兩性)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해 동성 간의 혼인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부부의 날에 법원에 불복신청을 했다. 한편 건강한 가정을 위한 학부모 연합 등 시민단체는 이날 서부지법 앞에서 동성혼인 반대집회를 열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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