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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아직도 첩첩산중 …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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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도박은 일단 성공했다. 트로이카(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채권단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그렇다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승리를 자축하는 건 아니다. 그리스의 경제가 마비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치프라스에겐 시간이 없다. CNBC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했다.

①채권단과의 협상=치프라스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확정되자 채권단에 즉시 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채권단은 7일 EU 긴급정상회의를 소집했다. 그리스 운명을 가늠할 1차 분수령이다. 하지만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는 양측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대에 대한 신뢰는 깨진 지 오래다. 국민투표 과정에서 양측이 험한 말을 주고 받으며 갈등은 깊어졌다.

새로운 난제도 등장했다. 그리스가 IMF의 보고서를 앞세워 부채 탕감(헤어컷)과 채무 재조정을 의제로 올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IMF는 그리스의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굴러가려면 10월부터 3년간 519억 유로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부채 탕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부채 탕감에 따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채권단에는 부담이다.

다만 강경파인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6일 “협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물러난다”며 사임한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다. 그리스 쪽의 강경파인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물러나면서 채권단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명분이 생겼다.

②긴급유동성자금(ELA)=자본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은행의 돈 줄은 이미 말랐다. 현금인출기(ATM)의 현금도 거의 동났다. 그리스 은행의 현금은 1~2일 내에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그리스에 유일한 생명줄은 ECB의 긴급유동성자금(ELA) 프로그램이다. 구제금융과 별개인 ELA는 시중 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때 ECB가 해당국 중앙은행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스 시중은행은 그동안 ELA에 의존해 생명줄을 연장했다. 현재 그리스에 대한 총 지원 한도는 890억 유로다.

그리스는 7일로 예정된 은행의 영업재개를 위해 ECB에 ELA 증액을 5일 요청했다. 6일(현지시간) 열릴 ECB 회의에서 ELA 지원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줄이면 그리스의 은행과 기업은 유동성 위기로 인한 연쇄부도에 빠질 수밖에 없다. ECB가 그리스의 명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CNBC는 “ECB가 ELA를 중단하면 그리스는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이라며 “(ECB가) 당분간 유동성 지원을 유지하겠지만 새로운 협상을 위한 정치적 합의를 기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ECB는 그리스 시중은행이 간신히 버틸 만큼만 추가로 지원하고 양 측의 협상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③ECB 채무 35억 유로=그리스는 지난달 30일 IMF의 빚 15억4000만 유로를 갚지 못해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상태에 처했다. 여기에 더해 20일까지는 ECB에 3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만약 이 돈을 갚지 못하면 그리스 은행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담보 능력을 인정할 수 없어 자금 지원을 더 할 수 없다. 이는 ELA 마저 중단한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가 ECB 부채를 갚지 못하고 ELA가 중단되면, 그리스는 (유동성 공급과 자본 재확충을 위해) 유로가 아닌 자국 통화를 찍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CNBC는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되, 유로화와 새로운 통화인 드라크마를 함께 쓰는 ‘플랜B’를 가동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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