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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표현 능력 IQ와 무관 … 단어 많이 알면 오히려 늦을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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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4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났는데 아직 단어를 이어서 말할 줄 모릅니다. 남자 아이가 원래 좀 느리다고 하는데, 그래도 무슨 문제가 있나 걱정됩니다.

배지영 기자

A. 평균적으로 첫 돌 무렵에 엄마·아빠 등을 말합니다. 15~18개월쯤에는 두 단어를 연결해 말하고, 24개월 이후에 세 단어를 이어 말합니다. 하지만 18개월이 돼도 엄마·아빠·물 등을 소리내지 못하거나 30개월이 지나도 두 단어를 이어 말할 수 없으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자폐증, 둘째는 정신지체, 셋째는 중이염, 넷째는 부모와의 대화 부족입니다. 자폐증인 아이는 눈을 잘 못 맞추고 사람을 피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정신지체아는 소근육(손가락)과 대근육(다리·팔) 발달도 느립니다. 중이염을 몇 번 앓은 아이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언어 발달이 늦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와 대화가 부족하면 말을 배울 기회가 적어 상대적으로 언어 발달이 느립니다.

딱히 위와 같은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 늦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키가 자라는 속도가 다르듯 언어 발달에도 개인차가 있습니다. 특히 말귀를 잘 알아듣는 아이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말을 알아듣는 것을 ‘수용언어발달’이라고 하는데, 12개월께까지 뇌의 베르니케 영역에서 발달합니다. 말을 직접 하는 것을 표현언어라고 하는데 4~6세까지 뇌의 브로카 영역에서 발달합니다.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는 “수용언어가 잘 발달되고 있다면 지적으로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말을 빨리 하는 아이가 나중에도 똑똑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김영훈 교수팀이 10세 때 아이의 IQ와 4세 때 언어 발달 정도의 연관성을 살폈더니 아이의 IQ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수용언어 발달 정도였습니다. 둘째는 소근육 발달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표현언어와 사회성 발달 정도가 관여했지만 연관성이 미미했습니다.

김 교수는 “말이 빠르고 늦는 것보다는 얼마나 말귀를 잘 알아듣느냐, 그리고 정교한 손동작을 하느냐가 IQ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표현언어 능력은 유전적인 요소가 있어 부계 쪽 영향을 받고, 성별의 경우 여아가 약간 빠르다고 합니다. 오히려 지능이 높은 아이가 말이 느릴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인지 단어가 많은 아이는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표현언어가 늦을 수 있다. 이런 아이는 어느 시기가 되면 갑자기 말문이 폭포 쏟아지듯 확 터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완벽주의 기질이 있는 아이도 말이 조금 느릴 수 있습니다.

다만 아이에게 자꾸 말을 시키려는 시도는 해야겠습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좋은 말놀이 교재는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걸 보고 아이가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인지 어휘가 늘어나고 발음도 정확해진다고 합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훈 교수, 목동아동발달센터 채영미 언어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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