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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드문 교육감 직선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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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 30면

7월 1일, 2기 전국 직선교육감 취임 1년이 지났다. 9년 여의 법률 제정 역사와 2기 교육감 취임 1년을 맞아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1987년 6·29선언을 이끌어 낸 민주화 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우선되는 정치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각 분야에서 절차적 민주성이 강조되는 반면, 전문적 판단영역이 간과되고, 공공선(公共善)의 추구보다는 개인의 권리가 지고지순의 가치로 인정받게 되었다.

교육감 직선제 역시 한국 현대사를 옥죈 정치적 권위주의에 대한 반작용과 주민통제의 원리 실현이라는 순기능만을 강조해 2006년 12월 여야 합의로 탄생했다. 하지만 직선제 도입 과정에서 정치권은 헌법 제31조 4항에 규정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 보장’ 정신이 반영된 제도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위헌 논란이 발생됨은 물론 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들이 연이어 중도하차하는 현실적 문제도 나타났다.

서울은 공정택·곽노현 전 교육감에 이어 조희연 교육감마저 올 4월 23일 1심에서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고 2심을 기다리고 있다. 1심 판결 후 3월 이내에 판결 선고를 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말에는 2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런 교육감 선거 계속해야 되나”라는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 논란은 다음과 같은 법리적·세계사적 흐름에 비춰 볼 때 폐지돼야 한다.

첫째, 헌법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 조항을 감안할 때 법리적 위헌성이 있다. 교육감을 고도의 정치행위인 선거로 선출토록 한 것은 입법 재량권 남용이다. 동일한 비정치기관장인 대법원장과 검찰총장 등에 대해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 직선이 아닌 임명제로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봐도 제도자체에 문제점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헌법에 명시한 나라는 한국뿐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의 ‘민주공화국’의 본질적 가치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공교육 제도의 출발은 공동체적 교육에 있다는 점에서 학교교육은 공화적 가치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참여민주주의라는 프레임에 얽매여 교육에 고도의 정치행위인 선거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정치 세력의 이념적 영향력 확대와 공화주의적 가치가 약화되고 있다.

둘째, 교육감 선출방식의 세계사적 흐름에 역주행 한다. 세계적으로도 교육감을 선거로 선출하는 예를 찾기 어렵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국가 중 영국은 지방의회 임명제, 독일과 핀란드는 지방자치단체장 임명제, 프랑스는 대통령 임명제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전후(戰後) 한때 주민직선으로 선출하다가 현재는 자치단체장이 임명한 교육위원회가 선임하는 등 세계적으로 교육감 선출제가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벗어나고 있다. 미국도 전문직 관리의 원칙을 구현하려 교육위원회나 주지사 임명 방식이 증가하고, 직선제 선출은 50개 주 중 13곳으로 줄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임명제→간선제→직선제 순으로 주민통제의 원리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선출제도가 바뀌어 왔다. 이에 따라 광역단위 선출직 교육감의 권한은 급격히 강화되고 시·군 및 학교단위의 전문적 관리와 자율성은 축소되고 있다. 세계사적 흐름과는 정반대의 역주행이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감의 위상은 교육 전문가의 성격에서 정치가의 성격으로 변질되고, 단위학교는 자치역량과 자율성이 약화돼 하부 교육행정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다.

비교육적 정치선거 방식의 돈 많이 드는 선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헌법가치를 훼손하는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가 답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학교가 교육본질에 입각한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 있는 기본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한국교총이 제기한 교육감 직선제 위헌소송에 대해 조속한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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