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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리 경제와 일자리도 생각하는 최저임금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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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3일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개최됐지만 노사 간 설전만 오가다 또 미뤄졌다. 노동계는 79.2% 오른 시급 1만원을, 경영계는 동결(시급 5580원)을 주장하고 있다. 노사가 내놓은 인상률 격차는 1988년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역대 최고치다. 협상 과정에서 각자 수정안을 내놓겠지만 인상률 격차가 그다지 좁혀질 것 같지 않다. 여기에 월급제 병기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사용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이 팽팽하게 맞섰다.

 예년에 비해 노사 간 충돌이 더 극심해진 것은 정부와 정치권이 협상 과정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초부터 “최저임금을 가급적 많이 올리겠다”며 기대감을 부풀렸다. 노동계의 1만원 인상안은 그래서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공익위원의 입을 빌려 월급제 병기를 주장했다. “시급으로 결정하니 돈이 적어 보인다. 월급을 병기하면 액수가 많아 보이지 않겠느냐”는 단순논리였다. 국민을 대상으로 착시효과를 노리는 정책을 거리낌없이 내놓았다.

 이래선 곤란하다. 임금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협상해서 정하는 게 순리다.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생산성과 생계를 고려하면서 기업의 경영 사정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은 영세상인과 중소기업, 그곳에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직격탄이 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너무 올리면 감원하거나 신규채용을 줄이겠다는 업체가 두 곳 중 한 곳이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비율은 14.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부분 선진국의 적용률은 10%가 채 안 된다. 노동계 인상안을 적용하면 근로자 절반이 최저임금 대상자가 된다. 모두가 비슷한 임금을 받도록 하는 게 최저임금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경제사정과 기업, 근로자 사정을 고루 돌아보고 합리적인 금액으로 책정돼야 한다. 그게 한국 경제를 지키고, 일자리를 보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