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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음독한 주인 할머니 곁 지킨 반려견 '뚱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찬훈 경위와 `뚱이`

반려견이 산속에서 음독한 할머니의 곁을 지키며 경찰의 수색에 도움을 줬다.

3일 전남 화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8시43분쯤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산에 올라간 것 같은데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화순경찰서 이양파출소 박찬훈(47) 경위와 김병철(50) 경위는 실종자 지모(74·여)씨가 지난 4월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남편을 간호하며 우울증 증세를 보여왔다는 주민들 말에 따라 자살이 의심된다고 판단하곤 곧장 뒷산으로 달려갔다.

누군가에게 밟혀 누운 상태인 풀 흔적을 따라 2㎞쯤 올라가던 박 경위와 김 경위는 오전 9시10분쯤 지씨의 암컷 반려견 '뚱이'가 풀숲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뚱이는 경찰관들이 출동하기 전 마을 주민들이 지씨를 찾아나섰을 때도 주인의 위치를 알리려는 듯 산 입구에서도 목격됐다고 한다.

경찰관들은 평소 뚱이가 지씨를 잘 따랐던 점에 착안해 주변을 수색한 결과 3m 옆 풀숲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지씨를 발견했다. 지씨의 입에서는 농약 냄새가 났다.

박 경위와 김 경위는 119구급대가 도착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산에서 지씨를 업고 내려와 순찰차에 태운 뒤 병원으로 이송했다. 뚱이는 이때도 할머니를 따라 순찰차에 타려고 했다고 박 경위는 전했다. 뚱이 덕분에 지씨는 병원에서 기력을 회복 중이다.

박 경위는 "8년째 지씨가 키우는 뚱이는 평소에도 할머니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잘 따랐던 기억이 난다"며 "뚱이가 없었다면 지씨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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