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대기업 열전<21>반도체·컴퓨터개발의 선구자 일본전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앞으로 다가올 고도정보화시대를 표현할때 반드시 등장하는 용어가 C&C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다.
이 용어를 세계최초로 사용한 사람이 일본전기의 소림굉치회장이다.
소림은 지난77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대회에서 기조연설을통해 『멀지않은 장래에 통신과 컴퓨터는 반도체의 매개로 융합될것』 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이같은 소림의 발언은 무시됐지만 7년이 지난 지김에와서는 「일본전기의 C&C」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체로 보수성이 강하고 독창적인 기술개발력 보다는 응용력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이 일본기업인데 일본전기는 유별난 존재다.
위험해 보일 정도의 미래지향적경영과 엄청난 연구개발투자로 뒷받침되는 기술력으로 일본전기는 21세기의 미래사회를 열어나갈 C&C분야의 세계적인 주역으로 화려하게 부각되고 있다.


일본전기의 83년 매출액은 57억8천3백만달러로 일본랭킹 14위.
총자산 69억9백만달러에 83년 한햇동안 1억9천만달러의 순익을냈다. 종업원은 7만3천명.
국내 가전3사의 총매출액을 합친것의 3배쯤되는 수준이다.
세계수준에서 최대규모기업으로 분류되기는 이르지만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있다는 점이 일본전기의 강점이다.
일본전기의 성장속도는 대단해 79년부터 83년까지 순익은 연평균 42·1%씩 늘어났다. 매출도 같은기간 1백30%가 늘었다. 시대여건에 맞는 과감한 변신의 성공이 고속성장의 발판이 됐다. 일본전기는 스스로 제창한 C&C이념을 큰 줄기로 사업을 벌이고있다.
통신기·컴퓨터·반도체를 축으로한 전자디바이스등 크게 3개의 사업부문으로 나누어 84년3월 결산에서는 통신기부문이 5천2백41억엔, 컴퓨터가 4천8백82억엔, 전자디바이스가 3천4백58억엔의 매출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한 전자디바이스부문의 성장이 눈에 띄어 지난해 33%성장을 보인데 이어 올해도 31%성장을 예상하고있다.
1899년에 창업된 이래 통신을 축으로 사업을 벌여온 일본전기는 전전 군부와의 밀착으로 군납중심의 강력한 통신메이커의지위를 차지했으나 전후 이같은 전과로 와해지경까지 몰렸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일본전기가 다시 시대를 리드하는 대기업으로 재도약할수 있었던것은 다가올 환경변화를 재빨리 읽어 컴퓨터·반도체분야등으로 과감한 특화작업을 벌인데 있다.
소림회장의 경영철학은 「불안정한 기업은 안정을 이루지만 안정된 기업은 항상 불안정하다」는 다분히 역설적인 것이다.
이같은 경영철학이 미래의 불확실한 수익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가능케했고 그 결실이 최근 5년간 연평균40%가 넘는 수익신장률로 나타나고있는 셈이다.
일본전기의 이같은 경영전략은 소림이 사장에 취임한 67년이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도체가 아직 착상단계에 있던 67년에 집적회로사업부를 설치하고 72년에 1KD램, 74년에4KD램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즈음 닥친것이 오일쇼크로 모든 기업들이 저마다 감량경영체제로 돌아 설때였다.
이때 일전은 정반대의 결단을 내렸다.
당시 사장이던 소림은 『불황이 닥치면 감량이라는 사고방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에 관한한은 그런 사고방식은 통용되지않는다. 일렉트로닉스는 확실한 성장을 지속할수밖에 없다』고 판단, 그야말로 불황의 절정기에 반도체분야에 해마다 70억엔의 거액을 설비투자로 지출했다.
그 결과로 일전은 불황이 지나간후 단숨에 일립을 앞질러 일본1위의 반도체메이커로 부상했고 미국의 TI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와 모터롤러에 이어 세계3위의 반도체회사 위치를 구축했다.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등 개별반도체를 제외한 IC부문에만 한정시키면 모터롤러도 제치고 세계2위다.

<천억엔 반도체 투자>
대표적인 양산우위 (Scale merit) 산업인 반도체사업에서 일전이 보여준 사업전망에 대한 탁월한 예측과 이를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결실을 가져오고 있는것이다.
일전은 올해 반도체의 설비투자에만도 무려 1천억엔이 넘는 거액을 쏟아 부었다.
물론 반도체부문에서 세계제패를 노리는 일전에도 극복해야할 상대가 없는것은 아니다.
미국의 TI와 모터롤러가 요지부동의 자세로 세계1, 2위를 고수하고 있는가 하면 일본국내에서는 일본랭킹 2위인 일립이 추격해오고 있고 도오시바와 송하전기도 반도체부문 사업을 크게 확대, 위협세력으로 등장하고있다.
일전의 또하나의 특징은 연구개발능력에서의 일본의 경쟁타사를 단연 능가해 세계적으로도 톱레벨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 2년간의 실력만을 보아도 2백56KD램의 15배이상되는 집적도를 갖춘 4MD램의 초LSI를 실현할수 있는 기초기술을 개발한것을 비롯해 인간의언어를 그대로 인식하고 스스로추리·연역하는 지능을 갖춘 제5세대컴퓨터용 언어개발, 대용량메모리 (10억비트급)의 실현을 가능케하는 자기기억방식등을 잇달아 성공시켰다.
이밖에도 중계없이 1백km까지 광통신을 보낼수있는 고출력반도체레이저, 광교환기의 기초실험성공등 전자·통신분야에서 최첨단의 기술을 내놓고있다.
일전의 연구진은 9백명 규모로 결코 많은수는 아니면서도 이른바 「분산과 집중」이라는 독특한 연구개발전략, 해마다 매출액의 10%이상을 R&D에 투자하는 노력등이 일전의 연구수준을 적어도 반도체와 통신분야에서 세계톱레벨로 끌어올렸다.
세계최대의 통신메이커인 AT&T산하의 벨연구소에서 슈퍼바이저 (과장급 연구관리직)로 근무하던 식지원도행전무가 맡고있는 연구개발파트는 기초연구·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광일렉트로닉스·C&C시스팀과 소프트웨어 생산기술연구소등으로 나뉘어 C&C라는 기본명제를 향해 파트별로 연구개발업무를 당당하고있다.
일본전기의 강점은 도요따자동차나 송하전기처럼 현재 사업의 최절정기를 맞고있는 기업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일본기업으로서는 보기드물게 최첨단분야인 컴퓨터·통신·반도체에서 미국의 모방이 아닌 자체개발기술을 시장의 필요성에 맞춰 마음대로 쓸수있을 만큼 적어도 일본내에서는 추종을 불허하는 종합적인 힘을 갖고있는 기업이다.

<무한한 성장 잠재력>
송하전기나 도오시바, 삼능전기등 83년매출이 일전을 앞서는 전자관계기업들의 변신노력이 요즈음 비로소 시작되고있다면 일전은 이제 그결실을 거두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C&C시대의 본격적인 전개와 함께 더욱 힘을 불려나갈것으로 보인다.
일본경제신문이 올해 일본의 주요 1백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변신도조사에서도 일본전기는 종합점수에서 랭킹2위를, 또 첨단기술시대의 고부가가치지향으로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교체변신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한 것이라든지 일본리쿠르트센터의 대학생인기기업에서 81년이후 이공계쪽에서는 계속1위를 마크하고있는 점이 일본전기의 기업으로서 장래성을 말해주고 있다. 【특별취재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