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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홈런, 천장 맞힐까 … 도쿄돔보다 5m 높은 고척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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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척돔 외관. 고척돔은 당초 지붕을 반만 덮는 하프돔으로 설계 됐다가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붐을 타고 완전 돔 형태로 변경됐다. [박종근 기자]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서울 구로구 고척돔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고척돔을 찾았다. 돔 내부에선 응원단상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일부 외야석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지금이라도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날 현재 고척돔 공정률은 99%.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오는 10월엔 고척돔을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돔구장답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지붕이었다. 개폐가 불가능한 고척돔의 지붕은 일본 도쿄돔과 같은 형태지만 5m가량 더 높다. 철골 구조물을 쌓아올린 뒤 테플론(Teflon) 재질의 흰색 반투명막으로 지붕을 덮었다. 이따금씩 인근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의 거대한 그림자가 영사기처럼 비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외야석 2층으로 올라가 홈플레이트 쪽을 바라봤다. 경기장이 다른 구장에 비해 약간 작아 보였다. 시공을 맡은 현대산업개발의 김형욱 차장은 “천장이 높고 관중석의 밀집도가 높다 보니 일종의 착시 효과가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장 크기만 따졌을 때 고척돔은 잠실·울산구장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 수준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22m로 지난해 개장한 광주챔피언스필드(121m)보다 길다.

 야구계엔 돔런(Dome-run)이란 말이 있다. 공기 저항이 적은 돔구장에선 홈런이 잘 나온다는 뜻이다. 2006년 이승엽 선수가 도쿄돔에서 홈런 22개를 치자 일본 야구 관계자들은 “돔의 상승기류 덕을 봤다”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 고척돔은 타구가 경기장 내부 기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공기를 안쪽으로 가두는 공조 설비를 갖췄다. 서울시는 내부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거리가 138m까지 나와도 천장 구조물과의 충돌 가능성은 낮다’는 결과를 얻었다. 만약 한국 프로야구 최대 비거리 홈런기록(150m )이 이곳에서 나온다면 천장을 맞고 2층 외야로 떨어질 확률이 높다.

내야석 2층에서 바라본 고척돔 내부. [박종근 기자]

 고척돔의 내·외야 2층석은 다른 구장과 달리 15~20m 정도 그라운드 쪽으로 돌출시켜 관중의 경기 몰입도를 높였다. 3층에서 경기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스카이박스(14실·120석)와 홈플레이트에서 불과 14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다이아몬드 클럽석(290석)도 갖췄다. 내야석을 보호하는 1㎜ 두께의 고강도 그물망은 타구장(3㎜)보다 얇아 시야에 거슬리지 않는다. 국내 최초로 내야에 100% 메이저리그 전용 토사도 깔았다.

 하지만 전광판 크기가 작고 해상도가 떨어져 향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미국·일본의 구장들은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전광판에 공을 들이는 추세다. 서울시는 고척돔을 K-POP 콘서트장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지만 음향·방음 설비가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고척돔 건립 자문단 관계자는 “현재 경기장에 설치된 스피커는 장내 방송용이 전부라 공연 기획사가 외부에서 음향 장비를 가져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근에 학교가 세 곳이나 있고 아파트 단지도 멀지 않아 방음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불편한 교통도 문제다. 고척돔 일대는 서부간선도로와 남부순환로·경인로 등이 연결되는 상습 정체구간이다. 시는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일역 서쪽 출구를 만들고 있다. 500대 규모의 주차장은 ‘사전주차예약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넥센과 고척돔 이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양측간 이견이 팽팽하다. 모기업의 지원 없이 운영되는 넥센이 광고권(광고시설 사용료)을 목동 구장 수준으로 확보하려는 데 대해 시는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김기영 넥센 홍보팀장은 “아직도 협상이 진행 중이며 (고척돔 입성을 포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글=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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