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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불의 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독 뮌헨시 관광국에 있는 「G」라는 숙녀는 올드미스였나. 30대중반은 되어 보이는 나이. 이지적인 인상에 월급은 1천4백달러쯤 받는 모양이다.
실례를 무릎쓰고 왜 독신이나고 물었다. 필경 피댄틱(현학적)한 얘기가 나오려니 기대했지만, 대답은 뜻밖이었다. 여행하는데 귀찮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말 끝에 G양은 6개월마다 해외여행을 한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G양의 말은 오늘 서독의 근로자들이 주35시간 동무제를 외치며 스트라이크를 일으키는 현실로도 실감할 수 있다. 「라인강의 기적」이 일어날 무렵 일요일까지 반납했던 서독사람들이다. 요즘 일본에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달러를 돌파했다. 스위스,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 스웨덴, 덴마크와 어깨를 나란히 이른바 「1만달러 그룹」의 일원.
흥미있는 사실은 그에 따른 사회 변화다. 하나는 일본 국민들의 관심이 노동보다는 여가쪽으로 기울고 있는 현상이다. 연초 유력지 요미우리신문의 독자의식조사에 따르면 『앞으로도 일본인의 동면성이 계속 되리라고 믿는가』라는 질문에 59%가 『예스』라고 했다. 이것은 90%에 가깝던 종래의 『예스』율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변화다.
또 하나는 국민들의 불만이 「세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일본사람들은 물가 불안을 그 첫째로 손꼽고 있었다.
일본인의 세부담은 구미에 비하면 아직은 가벼운 편이다. 사회 보험료를 포함한 국민부과율(국민소득대비)은 33.9%.
참고로 미국은 39.3%, 서독은 53.5%, 스웨덴은 66.6%-.
가령 서독의 경우 1천달러의 월급을 받는 사람의 실수령액은 4백65달러 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흔히 선진국병은 국민부담율이 40%쫌일때 발생하다고 말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선진국병의 경고를 받아야할 시점이다.
선진국병의 첫째 증후는 국민의 관심이 여가에 쏠리는 현상이다. 일보다는 노는 것에 온 정신을 쓴다. 말이 좋아 여가 이용이지, 사실은 놀고보자는 나태 풍조다.
이런 선진국 신드롬이 나타나면 그나라에 활기가 없고, 사람들은 비대해져 먹고 놀기 위해 사는 인생같이 되어버린다.
일본 사회는 벌써 그런 증후에 대비해 「건강한 선진국」의 에토스를 찾아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도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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