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는 병들어요!"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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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기자] 수익형 부동산은 저금리를 먹고 자란다. ‘황금알’을 좇는 자본은 투자성의 기준인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을 갈구한다. 은행금리는 은행에 맡겨놓기만 하면 그저 굴러들어오는 보장된 수익성이다. 자연히 은행금리보다 높아야 투자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업체들이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이라며 투자자들을 손짓한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를 비롯해 젊은층에 이르기까지 여윳돈을 굴리고 싶은 사람은 수익형 부동산에 눈길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마술’이다. 내 돈보다 빚을 많이 낼수록 수익률이 올라간다. 내 돈이 충분하더라도 빚을 내는 게 더 낫다.

왜 그럴까. 대출에 기술이 숨어 있다. 예상 임대료는 같다. 들어가는 투자비용을 줄이면 수익률이 올라간다. 총 투자비용(분양가) 가운데 자기자본을 줄이고 나머지를 대출로 충당하면 된다. 금리가 바닥이어서 대출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

분양가가 2억원이고 월세 1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수익형 상품을 예를 들어보자. 연간 임대수입이 1200만원. 2억원에 대한 수익률이 연 6%다.

1억원만 내 돈을 들이고 1억원 대출 받으면? 투자비용은 1억원에 1억원 대출금에 대한 연간 이자 300만원(연 3% 적용)을 합친 1300만원이다. 연간 임대수입 1200만원의 수익률이 11.7%로 확 올라간다. 연 10%대가 넘는 수익률은 이렇게 계산된다.

2억원으로 2억원짜리 수익형 부동산 하나를 굴리는 것보다 대출을 2억원 받아 두 개를 운영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투자성을 따질 때 임대수익률에만 꽂혀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렁으로 들어갈 수 있다.  부동산의 가치 변동을 감안해야 한다. 공식적으로는 투자성은 시세차익+임대수익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수익률’ 함정

부동산 몸값이 떨어지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병드는 셈이다. 대출금은 고스란히 폭탄이 되어 돌아온다. 2억원 자기 돈으로 하나만 투자했다면 2억원을 날리는 것으로 끝나지만 대출을 이용한 경우엔 2억원의 빚더미까지 떠안게 된다.

수익형 부동산의 몸값은 주택보다 못하다. 임대수입이 주된 목적인 시장이어서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이뤄지고 시장에서 ‘신상’에 밀려난다.

수익형 부동산, 가계의 효자로 만들려면 ‘바람’따라 키워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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