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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후반·그이후 감안한 인선|추측 남누하는 민정 전국구후보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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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전국구의원후보자명단이 확정되어 뚜껑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현행선거법 덕분에 61명순위안에 드는 후보는 국회의원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명단발표가 안돼 아직도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추측이 난무하고 각계의 관심도 비상한 것같다.
○…이번 전국구후보결정도 지난번 지역구 공천때나 거의 마찬가지로 당은 보조적 기능을 한데 그친 것같다.
11대때 전국구후보는 당의 선택이 거의 그대로 채택됐으나 이번에는 자료제공에 그친 감이라는 것. 그동안 전국구후보를 압축해가는 과정에서 청와대쪽과 부단한 대화가 오갔고 당도 그 과정에서 제시된 가이드라인과 취향 등에 따라 인물을 선정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1차로 3천5백명 정도의 각계인사를 추출해 7백명으로 압축해 최종 3단계에서 1백94명이 정리됐는데 지난해 12월26일 이한동사무총장이 관련자료를 모두 보고함으로써 전국구의 선택은 당차원을 뗘났던 것.
그후로는 조정내용에 관해 고위당직자들도 『나도 잘몰라 답답하다』는 말을 했고 16일께로 잡아놓았던 발표예정일도 한때 21일로 늦춰진다는 소문이 돌기까지 했다.
11일 하오 이한동사무총장이 청와대에 올라 갔다가 두툼한 하늘색 대형봉투와 얇은 노란색 봉투를 가지고 오면서 전국구확정설이 퍼졌다. 그러나 권익현대표위원실에서 함께 자료를 검토했던 이종찬총무·이상재사무차장 등이 모두 『확정은 안됐다』고 해 당의 의도와 다른 고공낙하자들이 많았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았다.
그러나 이총장은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이 없다. 당의 건의를 거의 들어주셨다』고 초조한 표정과는 다른 말로 종잡을 수 없게 안개를 피웠다.
12일 상오 11시 이총장이 다시 청와대로 올라가기까지 극비리에 보완작업이 있었는데 이때는 『필경사도 동원하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특히 당내보안유지에 신경.
○…청와대결재과정에서 몇가지 변화는 김상협전국무총리가 빠진 것과 조종호·고원준의원 등 지역구양위케이스가 제외됐을 것이라는 추측.
당직자들의 얼굴표정이 침통했던 것도 이들의 전국구진출을 전제로 짜여진 지역구와의 지원계획이 빗나가고 이로 말미암아 앞으로 풍파가 생길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있었으나 지역구 교체과정에서 「지나친」 반발이 노여움을 산 결과라는 풀이.
노태우올림픽조직위원장·허삼수 전청와대사정수석비서관의 전국구진출은 『제5공화국출범 당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이제 다시 힘을 합쳐 일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한 당직자의 말로 간접확인.
이와같은 맥락에서 과거 국보위멤버들의 재집결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그때문에 박종문농수산장관·조경목과기처차관 등이 한때 물망에 올랐고 이광노·정태수·안영화·김한규씨 등도 국보위멤버.
경찰출신기용은 상부의 배려라는 소문. 치안본부의 부장급이나 경찰대학장이 물망에 오르는데 당관계자는 『10만이나 되는 경찰도 한직능분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뒷받침.
물망에 올랐던 이종원전법무장관 등에 대해 당고위관계자는 『본인이 희망하지 않는 줄로 알고 있었다』고 부인했고 언론계 대상자에 대해선 『경영자는 아니다』라고만 확인.
결국 이번 전국구인선도 집권후반기와 그 이후의 정치구도를 감안한 친정적 선택인 것같다는 분석들.
○…민정당은 전국구후보자 발표시기를 18일께로 잡아놓았으나 아직은 본인들에게도 공식통보를 하지 않고 꼭 불가피한 경우만 비공식적으로 알려줬다.
공식통보는 14일 저녁 현전국구의원전원이 참석하는 사실상 이별파티가 끝난뒤 16, 17일중 대표위원이 통보할 예정이다.
12일 하오 청와대에서 최종결정을 받고 내려온 이총장은 멀리 떨어져있는 지연태주이탈리아대사 경우만 외무부에 통고했다. 이총장과 이상재차장방에는 잇달아 본인이 직접 나서거나 제3군를 통한 확인전화와 방문이 있었지만 두사람 모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말만 연발.
당과 한때 관련이 있었던 한 전직장관은 한고위당직자로부터 축하전화를 이미 받았으나 공식통보는 없었다.
한 전직장관은 스스로 『국회의원감이 아니다』고 끝내 고사했다는 후문도 있다.
11대때는 전국구후보 대상 중 상당수가 사양해 골치를 앓았었는데 이번에는 거의가 수락할 것이라고 당에서는 자신하고 있는데 일부 중량급인사들에게는 「정중한 통보절차」를 밟을 예정.
전국구를 노리고 열심히 뛰었던 당의 몇몇 전문위원국장급들은 예비후보로 떨어지자 어깨가 축 처졌고 어떤이는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실망감을 엉뚱한 곳에 분풀이.
당에서는 이번 전국구인선때는 특히 재산관계 등 청렴도를 따졌다는 것인데 정래혁사건이 터진 직후 상당수의 고위공직자들은 물론 전국구 예비후보자들도 재산상태에 대한 광범위한 내사가 있었다는 것이며 후보가 거의 압축되는 과정에서도 또 한차례의 정밀진단이 있었다고 한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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