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친일과 종북, 정치발전의 첫 번째 지체요인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최정묵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올해는 대한민국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해이다. 일본식민지에서 벗어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남북이 분단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한일심포지엄에서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그 다음날인 23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행사에서 '우리사회 내부에 통일논의의 갈등과 반목의 벽을 없애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반가운 메시지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한쪽은 다른 한쪽을 친일로, 다른 한쪽은 또 다른 한쪽을 종북으로 몰아세운다. 친일시비는 그 대상이 되는 자손의 위신을 깎아 내리는 것 말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종북시비 또한, 과거 실패한 좌익에 대한 되새김 말고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정치권 그리고 진보와 보수세력 간의 친일시비와 종북시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응답(65%)이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논쟁해야 한다'는 응답(25%)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왔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응답은 진보(68%) 보수(63%)성향을 가리지 않고 과반이상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누가 왜 이러한 갈등을 부추기는 것일까.

친일 종북 시비는 사회적 공격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상대에게 해를 입히고 고통을 안겨주기 위한 의도적 성향이다. 이러한 종류의 집단 간 갈등은 집단의 이익 외에 사회적 가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근대화 과정에서 식민지와 남북분단의 아픔은 치유 없이 퇴적되었다. 그리고 한국사회구조와 시스템을 낡게 만들었고, 수많은 문제들이 방치되었다. 지금은 고용주와 근로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소기업과 대기업, 도시와 농촌, 기성세대와 신세대 등의 균열구조가 고착화되어 몸살을 앓고 있다. 친일청산을 강조하는 진보는 물론 종북척결을 외치는 보수도 이러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적 갈등과 균열이 고착화되는 것은 정말 정치가 무능해서일까. 이는 정치가 무능해서라기보다는 낡은 이념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념논리가 진영논리로 포장되는 순간, 정치의 대안부재와 무책임은 용인되어 왔다.

종북과 친일 시비는 애국주의 심리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미래지향적이진 않다. 이 시대의 애국이란 무엇일까. 이웃을 위해 헌혈을 하고 기부하며 궂은 봉사도 마다하지 않은 사람들, 남이 보지 않아도 교통질서를 준수하는 사람들 즉, 공동체와 더불어 사는 이들이 이 시대의 애국자는 아닐까. 지금까지도 친일과 종북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독일운동을 했던 후손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세상에서 존경받고 사회경제적 지원을 받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올해 3월 중앙일보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전 원내대표, 심상정 진보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진영논리 극복을 위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소속정당을 넘어 스스로의 문제점을 되돌아보며 우리사회의 미래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20대 총선이 불과 1년도 남지 않았다. 여야가 이번 기회에 친일과 종북의 소모적인 논쟁과 상호비방을 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을 맺는 것은 어떨까. 광복70주년형 새로운 정치의 시작을 기대해 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