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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 송전탑 피해, 실질적인 선하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사유지를 무단으로 고압 송전탑 및 송전선 부지로 사용하는 데에 따른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해당 의뢰인들로부터 선하지의 고압 송전탑 및 송전선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소음, 진동 등으로 인한 지가 하락 등의 재산적 피해와 이로 인해 겪고 있는 여러 건강 및 환경상의 피해를 절절하게 호소하는 내용의 장문의 편지를 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은 그로부터 발생되는 전자파, 소음, 진동 때문에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 부지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한 사용료 지급 이외에 별도로 해당 선하지 소유주의 잔여지 가치하락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나 해당 토지 소유주를 비롯한 인근 주민들의 신체의 건강권과 주거환경권의 침해를 인정하여 추가 보상을 지급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행 법령 중에서 이를 명확하게 인정하고 있는 조문은 없다.

전기사업법은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으로 인한 손실보상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송전선로 양측 가장 바깥 선으로부터 수평으로 3미터를 더한 범위에서 수직으로 대응하는 토지 면적에 대한 사용료 평가가액으로 한정하고, 예외적으로 건축물 등의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기술기준에 따른 전선과 건축물 간의 전압별 이격거리까지 사용료 보상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만을 열어두고 있다.

최근 시행된 송, 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재산적 보상 청구 가능 지역의 범위를 345kV 송전선의 경우에는 13m, 765kV의 경우에는 33m까지 확장하여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설치된 송전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54kV 송전선은 동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345kV, 765kV 송전선의 경우에도 2014년 1월 28일 당시 전기사업법에 따른 사용 전 검사를 완료한 후 2년이 경과되지 않은 송전선에 한해서만 동법에 따른 재산적 보상청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여전히 대다수의 고압 송전선은 전기사업법에 의한 사용료 보상 청구만이 가능하다.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에 관한 손해배상청구, 철거청구, 공사착공금지청구 등이 문제된 여러 사건에서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소음, 진동 등에 의한 신체의 건강권과 주거환경권의 침해에 관한 주장이 수 차례 제기 되기도 하였지만 이와 같은 전자파 등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할 만 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그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예는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의 정도에 관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반대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도 아닌 만큼, 이에 관해 명확한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는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한 건강 및 환경상의 피해가 전혀 없다고 단정 지은 채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 부지 인근 주민들의 고통에 찬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은 결코 이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없다.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암, 백혈병 등의 질병을 유발시킨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고 이와 같은 건강과 환경상의 우려들로 인해 “주위 토지는 한 평에 육십만 원, 칠십만 원 가는데 이 땅은 토지 중심부로 송전선이 지나가 한 평에 오만 원도 살 사람이 없으며 건축도 못 지을 지경입니다”, “땅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송전선로 때문에 팔 수가 없습니다. 평당 10만 원에도 살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적힌 의뢰인들이 보내온 호소문의 내용처럼 일단 토지 위에 고압 송전탑이나 송전선이 세워지고 나면 전체 지가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 거래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측에서는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전기설기비술기준 상의 전자파 노출허용한계치인 833mG 보다 낮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이와 같은 기준은 전자파에 단기간 고노출 되었을 때를 고려하여 제정된 것으로,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의 경우 한 번 설치되고 나면 그 철거가 용이 하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이 사실상 이설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전자파 노출허용한계치 자체를 스웨덴(2mG)이나 네덜란드(4mG) 같은 다른 선진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전자파의 세기, 노출 기간,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으로부터의 거리 등에 따라 전자파에 노출되는 정도가 각기 다른 만큼,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보다 구체화되고 세부화 된 피해방지대책과 보상기준 또한 마련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상세한 법령 등의 제정 및 개정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정도의 시간 소요가 불가피한 반면,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 부지 인근 주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 조차 계속해서 고압 송전탑과 송전선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으므로 우선적으로 잔여지 지가하락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보상을 인정하거나 전자파 등으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피해의 가능성과 위험성 및 생활방해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음을 인정하여 이에 대한 배상청구를 인용하여 줌으로써 선하지 보상을 통해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도움말: 법무법인일신 송지훈 대표 변호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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