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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백수오 사태 누가 책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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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심재우
심재우 기자 중앙일보 뉴욕특파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

지난 4월 중순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백수오 제품 10개 중 9개가 가짜’라고 발표하자 시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소비자들의 환불 사태가 줄을 이었다. 제품과 원료를 판매한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10분의 1로 떨어졌다.

 그리고 두 달여가 흐른 지난 26일 검찰은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가짜 백수오로 불리는 이엽우피소를 일부러 섞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의 발표는 사건의 종결이라 믿었다. 하지만 오히려 새로운 혼란이 시작됐다. 업체당 많게는 100억원까지 환불한 유통업계는 난감해졌다. 일단 환불하고 그 비용을 제품을 만든 업체에 청구하려 했는데 일이 꼬인 것이다. 업체가 죄가 없다니 소비자 피해 구제소송도 어렵게 됐다. 정작 혼란스러운 건 소비자다. 도대체 백수오 제품을 먹어도 된다는 건가, 안 된다는 것인가. 가짜 백수오라는 이엽우피소는 정말 몸에 나쁜 것인가.

 이런 의문 중 뭐 하나라도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다. 검찰의 발표 후 소비자원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일 뿐 이엽우피소가 제품에 포함됐다는 것은 재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원은 이엽우피소가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 면밀하게 따져봤어야 했다. 최종 결과 발표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에 최종 책임을 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백수오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섞였다는 제보가 있은 게 오래전인데도 안전성 여부를 제대로 따지지 않아 일을 키웠다.

 내츄럴엔도텍 또한 원료 관리에 맹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반성할 필요가 있다. KGC인삼공사의 ‘홍삼’ 원료 관리가 모범 사례다. 인삼공사는 계약재배를 통해 인삼을 심기 전부터 수확·포장·보관 등 여덟 단계에 걸쳐 280가지 검사를 하고 중간에 한 번이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제품에 쓰지 않는다.

 내츄럴엔도텍 김재수 사장에게 묻고 싶다. 백수오 제품이 날개돋친 듯 팔릴 때 의심쩍은 원료를 공급하는 농가에 내려가 제대로 검사한 적이 있는지. 혹은 사무실에 앉아 치솟는 주가에 흐뭇해하지는 않았는지.

 ‘백수오 사태’의 승자는 없다. 모두 피해자다. 소비자 신뢰를 잃은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생각보다 오래 불황에 허덕일지 모른다. 천연신약 개발 사업도 한동안 주춤거릴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승자가 되는 길은 분명히 있다. 뭐가 문제였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원칙만 지키면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칙에 어긋나는 비과학적 관행을 하나씩 고쳐나가면 된다. 그래서 ‘제2의 백수오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하면 된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심재우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