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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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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의 연하장 시장이 대충1백억원 규모는 될것이라는 얘기에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체신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연하우편은 1억5백만통은 될것이라고 한다. 지난해보다 2천만통이 늘었다. 몇년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푸근해진 것일까, 아니면 차가운 서식이 인정을 대신하는 세태가 된것일까.
연하장의 기원은 15세기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독일에서 아기「예수」와 신년을축복하는 문자를 동판으로 인쇄한 카드가 남아있다. 그러나 널리 보급된 것은 훨씬 뒤의 일로 19세기부터였다.
그러나 연하장이든 크리스머스 카드든 그 유래는 명함에서 찾아야할것 같다. 역시 독일에서 처음 등장했다. 누가 어느 집을 방문했을때 부재중이면 방문자의 이름을 쪽지에 적어 남겨 놓았던가보다.
이것이 홋날 프랑스의 「루이」14세에 의해 사교용으로 사용되었다. 「루이」5세시대의 명함엔 이름 말고도 집 주소가 인쇄되어 있다.
카드가 제대로 도안된 것은 영국의 미술교사 「헨리· 콜」에 의해서였다. 그는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박물관장이었다.
1843년 그는 왕립미술관 아카데미회원이였던 「J·C·호즐리」에게 석판화를 부탁해 1천장을 인쇄했다. 분주한 일상에 쫓겨 명절이 돼도 일일이 친지들에게 문안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궁리해낸 것이 예쁜 카드를 보내는 일이었다.
처음엔 그 카드를 우편으로 보내면 받는 쪽에서 요금을 물었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1870년부터는 비로소 우편요금이 균일해졌다. 이것은 카드교환 붐을 일으켜 벌써 유럽사회에선 이때부터 연하장 인사가 성행했다.
요즘 오가는 카드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카드문화도 제법 세련된것같다. 그림하며, 인쇄며,장식이 일품이다. 물론 개중에는 「석판인쇄」시절의 감각을 벗어나지 못한 원색적인 것들도 있다. 카드산업도 경쟁이 되고 보면 더욱 더 멋있는 카드가 등장할것 같다.
카드교화의 관록이 붙은 구미는 그렇다치고, 우리와 비슷한 나라 가운데 눈에 띄는 카드는 대만제다. 도안의 아이디어며, 인쇄가 제법이다. 눈을 의심하며 유심히 살펴보면 산지표시가 보인다.
카드는 그 나라의 현실을 비춰주는 손거울같다는 생각도 든다. 디자인과 인쇄와 색깔은 아무래도 그 사회의 감각을 알수 있게 한다.
그 점에선 일본에서 온 카드가 일본특유의 풍토색을 담고 있다.
세밑에 잊고 지내던 친지에게 이름석자라도 손수 적어 카드를 주고받는 일은 미덕치고는 괜찮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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