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부동산시장, 전세난·저금리 자극 받아 주택 매매·분양시장 두둥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반기 부동산 시장엔 활력이 넘쳤다. 주택거래량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집값도 많이 올랐다. 서울·대구·부산 등지의 신규 분양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평균 수백대 1, 최고 수천대 1에 달했다. 저금리 바람을 타고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문기관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대체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먹구름이 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가계대출이 너무 많다. 경기가 위축되거나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부동산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방 일부 지역에선 공급 과잉 우려도 나온다.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꽤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부동산 열기의 바탕이 된 전세난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은 기존 주택시장은 물론 분양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금리는 주택시장은 물론 오피스텔·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으로 시중 유동자금을 흘려 보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전세난, 저금리 기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하반기에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세한 내용은 www.joinsland.com 참조>

시중 자금, 수익형 부동산으로

하반기엔 특히 서울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00가구가 넘는 서울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잇따라 이주하기 때문이다. 하반기 이주가 예정된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 재건축 단지는 개포 주공3단지 1160가구 등 총 9857가구에 이른다.

 특히 상반기엔 이주 수요가 강동구에만 몰려 있었던 데 반해 하반기엔 강남 4구에 골고루 섞여 있다. 송파 1890가구, 서초 1290가구, 강동 1033가구, 강남 898가구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 4구는 올해 공급보다 멸실 물량이 6500가구 더 많아 주변지역 전세가 상승 등 불안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여기에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은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월세거래량(보증부월세 포함)은 4616건으로 전체 전·월세거래량(1만4076건)의 32.8%에 달했다. 서울시가 전월세 거래량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반해 금리 인하로 자금 조달은 쉬워졌다”며 “전세 수요가 기존 주택시장이나 신규 분양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중인 신규 분양 물량도 넉넉하다. 하반기 전국에선 17만4000여 가구가 나온다. 이 중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수도권에 62%인 10만8500여 가구가 몰려 있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물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물량도 많다. 분양대행회사인 앰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아파트분양권에 적지 않은 웃돈이 붙고 있어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수요의 유입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세차익 노리는 투자 삼가야

재개발·재건축 시장에도 활기가 돈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부동산 3법이 시행됐고, 집값 상승이 예상되면서 조합원 부담이 줄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그만큼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변수도 커졌다. 주택 거래가 늘면서 가계대출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온다. 미국발 금리인상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권대중 교수는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에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면 부동산 시장이 지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으므로 하반기 부동산 투자는 시세차익보다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