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장, "국회법, 헌법 위반 소지…국민 생활 악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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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5일 국회법 개정안을 제의요구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재의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법 제의 요구 결정 이유 등을 설명했다.

정부가 밝힌 국회법 개정안 제의 요구 이유는 크게 4가지다. ^법률안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과 갈등 예상 ^헌법상 인정된 정부의 행정입법권 침해 소지 ^헌법상 인정된 법원의 사법심사권 침해 소지 ^정부 업무 수행에 차질이 생기고 국민 생활에 나쁜 영향 초래 등이다.

정부는 우선 법률안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가 국회 상임위원회의 수정ㆍ변경 요청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아 법학교수,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어, 국회법이 적용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제 처장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행정입법을 고치라고 요청하면 정부는 요청받은 대로 고쳐야 할 의무를 지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정부가 스스로 판단해 행정입법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헌법상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제 처장은 “국회 전체의 의사결정인 본회의 의결이 아니라 특정 상임위원회의 의사에 따라 행정입법을 고치도록 하는 것은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밝혔다.국회는 이같은 행정부의 반발을 고려해 ‘요구’를 ‘요청’으로 수정했다. 제 처장은 “요청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을 처리, 보고를 해야한다는 시행령 전체를 봤을 때 강제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헌법 제107조2항에 규정된 법원의 사법심사권도 침해한다고 봤다. 제 처장은 ”헌법에 근거가 없는데도 국회 상임위가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직접 심사해 고치라고 할 수 있다면 행정입법을 심사하는 권한을 법원에 주고 있는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라며 “게다가 국회 상임위가 수정ㆍ변경을 요청하는대로 행정입법을 고쳐야 한다면 헌법상 법원이 심사권보다 훨씬 강력하고 포괄적인 심사권을 상임위에 주게된다”고 말했다.

제 처장은 이와 함께 “국회 상임위가 수시로 행정입법을 고치라고 요청하고 정부가 그대로 고쳐야한다면 정부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없다”며 “정부정책이 자주 바뀌게 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정부 업무에 중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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