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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담화에 위안부 사과 없으면 미국이 아베에게 문제제기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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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집무실 벽에 걸린 천안함 잔해 사진 앞에 선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여성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면 한·일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로이스 위원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하원 건물인 레이번 빌딩의 외교위원장실에서 이뤄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8월 종전기념일에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그 문제를 다시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또 한국전쟁이 벌어진 25일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과 한국은 전장에서 만들어진 동맹”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로 방미를 연기했다고 해서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서면 답변에 이어 현장 인터뷰로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 오는 25일은 북한의 침략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이다.

 “양국은 피로 맺어진 관계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 장병들이 함께했던 희생을 잊지 않는 것이다. 미국에선 종종 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으로 불렀지만 나는 오랫동안 양국 장병이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깨를 맞대고 어떻게 싸웠는지를, 양국의 역사를 강조해 왔다.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이 역사를 주목해야 한다. 내가 찰스 랭걸 하원의원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의 미국 의회 상영을 후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지난 1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셨다.

 “김외한·김달선 할머니가 당연히 받아야 할 사과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신 것은 비극이다. 이분들이 겪었던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방미 때) 이처럼 분명한 역사적 사안을 밝히지 못해 깊이 실망했다. 오는 8월 종전기념일에 모든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큰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아베 총리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뭘 해야 하나.

 “양국은 법치에 대한 존중,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 등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이 지역(동북아)은 한·일 관계의 해빙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된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여성에게 공식 사과하고 과거사 문제를 인정하면 양국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것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끼쳤다. (일본) 정부가 이 섬을 한국 영토로 인정하기를 촉구한다.”

 - 만약 8월 종전 기념일에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아베 총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가 그 문제를 다시 제기할 것이다.”

 - 미·일 동맹은 강화되는데 한·미 동맹은 역내 부차적 동맹으로 위축된다는 우려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중요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면서까지는 아니다.”

 - 위안부 피해자나 독도 문제에서 한국 입장을 지지하는데 한국과 개인적 인연이 있나.

 “오랫동안 한국 및 한인들과 긴밀하게 일하는 특권을 누려 왔다. 내 현장(지역구) 책임자인 영 김은 내가 주 상원의원 시절부터 함께해 왔다. 그리고 처음에 말했듯이 한·미는 전장에서 만들어진 동맹이다. 외교위원장으로서 나는 이 같은 돈독한 관계를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 우리는 계속 같이 갈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후 로이스 위원장은 위원장실 한쪽 벽에 걸린 천안함 잔해 사진을 보여주며 “북한 잠수함 어뢰에 맞아 부서진 ‘천안’인데 (한국이) 직면한 도전을 우리가 기억하도록 여기에 걸어 놨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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