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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촉촉하고 달콤한 ‘파클라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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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색 맞춰 견과류 넣는 페이스트리

아제르바이잔은 불을 뜻하는 페르시아어 ‘아자르(adhar)’와 땅을 뜻하는 아랍어 ‘바이잔(beyqan)’의 합성어로 ‘불의 땅’이라는 의미다. 러시아 남부,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지역을 일컫는 캅카스(영어로 코카서스)에 위치한 이 나라는 천연가스가 땅에서 분출해 지표면으로 불이 솟구쳐 오르는 장관으로 유명하다.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 부인 코눌 테이므로바 역시 이 상징적인 불을 활용해 아제르바이잔의 대표 디저트인 ‘파클라바(pakhlava)’를 선보였다. 밀가루에 버터와 견과류를 듬뿍 넣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빚어내는 과자다.

“최근 서울에 제과점이 크게 늘어나는 걸 느끼고 있어요. 페이스트리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입증하는 셈이죠. 이번 기회를 통해 아제르바이잔의 달콤한 맛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어요.”

대사 부인의 과자에 화답해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브래서리 키친의 김상태 업장장은 매콤한 비빔밥을 준비했다. 파클라바를 먹기 전에 먹으면 좋을 주식이기도 하거니와 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한식이라는 이유에서다.

파클라바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다. 지역에 따라 호두·아몬드·헤이즐넛 등 다양한 견과류를 넣는다. 시럽으로 설탕과 사프란(saffron)을 녹인 물을 섞어 넣으면 감미로운 맛을 내는 동시에 촉촉한 오렌지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오븐이 없던 시절에는 파클라바를 주로 장작불로 구웠어요. 시럽을 위해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하기도 했답니다. 현대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그런 전통방식으로 빚어내는 맛을 따라잡지는 못하죠.”

요리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 셰프는 부인이 대사관저에서 직접 챙겨온 막대 모양의 밀대에 관심이 가는 눈치였다.

“이런 밀대는 처음 봤어요. 양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게 우리가 호텔에서 사용하는 것과 확실히 다르네요. 부인이 하는 걸 보니 이것으로 발효된 반죽을 밀면 훨씬 수월하고 편할 것 같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요리에서 신기한 건 도구뿐이 아니다. 동쪽으로 카스피해와 접하고 북쪽으로 러시아의 다게스탄 공화국, 서쪽으로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남쪽으로 이란과 접경한 이 나라는 무려 아홉 가지의 기후 상태가 있어 음식 또한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에는 약 2000가지 요리가 있어요. 육류가 주재료로, 양고기·소고기·가금류·어류가 많이 사용된답니다.”

중동 아시아에서 케밥은 빼놓을 수 없는 별미지만 불의 나라에서 먹는 건 차원이 다르다고 부인은 자랑했다. 유기농 풀을 먹여 키운 가축과 정교한 요리 기술이 만나 다른 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케밥 중에서도 야채·생선·양고기가 들어가는 것을 적극 추천했다. 그러면서 “파클라바에 설탕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차를 곁들이는게 좋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차 문화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계기를 만들어 식탁에 둘러 앉아 차와 과일 잼, 달콤한 페이스트리를 먹는답니다. 홍차와 백리향의 결합은 없어선 안 될 음료이기도 하죠.”

그 사이 파클라바가 완성됐다. 김 셰프는 한 입 먹어보더니 이 정도로 달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네요. 시럽이 잘 배어 있어 굉장히 부드럽고 촉촉해요. 상온에 좀 더 오래 보관해두면 시럽이 깊이 스며들어 더 맛있을 것 같습니다.”

한과하고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질감을 꼽았다. 한과는 훨씬 더 바삭바삭다는 이유였다. “파클라바와 어울릴 한국 전통차가 떠오르네요. 구기자차·대추차·우롱차가 어떨까요. 아무래도 한국인 입맛에는 이 아제르바이잔 디저트가 상당히 달다고 느낄 수가 있어서 균형을 잡아줄 음료가 좋을 것 같아요.”

비빔밥은 채소 고유의 색상과 질감 살려주는 게 핵심

이 달디단 디저트를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주요리는 어떤 것을 먹어야 할까. 김 셰프가 한식메뉴로 비빔밥을 택한 이유였다. “비빔밥이 매우면 매울수록 아제르바이잔의 디저트가 선사하는 감미로운 맛이 두드러질 것입니다.” 부인도 거들었다. 맛도 맛이지만 화려한 색상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얘기였다.

김 셰프는 비빔밥에 들어가는 각 재료의 색상을 살려주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또 각 재료의 질감도 살려주어야 한다고도 했다. 재료를 너무 센 불에 볶거나 오래 요리하면 색상과 질감을 잃게 된다는 것. 그 점이 보통 비빔밥을 만들 때 자주 많이 하는 실수라고 말했다. “불 조절을 잘 해야 해요. 아무리 신선한 재료더라도 색이 금방 죽게 된답니다.”

그러면서 반드시 각 재료를 따로 볶으라고 했다. “질감이 각각 다른데 다 같이 볶게 되면 하나는 설 익고 하나는 너무 익히게 되겠죠. 재료마다 고유의 성질이 있어 하나하나 잘 볶아야 질감을 느낄 수가 있어요.”

비빔밥이 완성되자 부인은 한 입 먹어 보더니 “신선도가 최고”라며 감탄했다. “지금까지 먹어본 비빔밥과 달라요. 저도 이 메뉴를 워낙 좋아해 집에서 몇 번 해먹어 봤는데 신선한 재료를 찾기가 조금 힘들더군요. 요즘은 그래서 집 앞 작은 슈퍼에서 장을 보는 편이에요.”

그러면서 또다른 맛의 비법을 찾아냈다. 보통 비빔밥은 고기를 따로 볶고 마지막에 고추장을 올리기 마련이지만 이 경우는 고기를 넣은 볶음 고추장을 썼다는 것이었다. 부인은 관저로 돌아가 이 조리법을 꼭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이를 듣고 있던 김 셰프가 비빔밥을 더 맛나게 먹을 수 있는 팁을 알려줬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열무김치와 매콤한 갈치젓갈을 곁들여 먹어보세요. 무국·된장국·콩나물국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죠.”

글 이성은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lee.sungeun@joongang.co.kr, 사진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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