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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페퍼” 물으니 “좋은 일 있어요?” … 감정 표현하는 로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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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이사 사장이 18일 일본 지바현 마이하마의 기자회견장에서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로봇 ‘페퍼’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람의 표정·감정까지 이해할 수 있는 ‘페퍼’는 20일 일본에서 출시된다. 손 사장은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업용 로봇도 가을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하마 AP=뉴시스]

“페퍼(Pepper). 안녕?” “안녕하세요? 즐거워 보이는데요.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기자가 눈을 맞추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반갑게 화답한다. 표정과 음색을 살핀 뒤 자신에게 흥미를 보이는 상대방의 감정까지 읽는다. 19일 일본 소프트뱅크 도쿄역 대리점에서 만난 로봇 페퍼는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반응했다. 악수를 청하면 손을 맞잡았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센서와 인공지능을 갖춘 이른바 ‘인간형 로봇’이다. 대리점 앞에는 페퍼를 자식처럼 입양하거나 말동무 삼고 싶어 하는 도쿄 시민들이 구매 예약을 위해 길게 줄을 섰다.

 소프트뱅크가 20일부터 사람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까지 표현할 줄 아는 감성인식 로봇 페퍼를 일본 국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인간과 로봇이 집과 사무실 등에서 공생하는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이사 사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최초로 사랑을 가진 로봇”이라며 “가정마다 성격이 다른 페퍼 로봇이 생활을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로봇의 이름은 일본 남자아이의 이름에서 따온 ‘타로(TARO)’였으나 손 사장이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기억하고 발음하기 쉽게 부르자”고 제안해 페퍼로 결정됐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들의 반려 로봇으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달래고 치매 예방을 위해 퀴즈와 게임도 함께 즐긴다. 노인의 체조를 돕기도 한다.

 페퍼는 키 1m21㎝, 몸무게 29㎏으로 초등학교 2~3학년 정도의 몸집이다. 마이크와 센서로 사람의 표정이나 음색을 읽고 대화한다. 인터넷상의 뉴스와 날씨를 분석하고 “기쁘다” “슬프다” 같은 감정도 표현한다. 감정에 따라 목소리 톤이 올라가거나 한숨을 쉬기도 한다.

 소프트뱅크는 6월 말까지 일본 국내에 1000대를 판매할 예정이다. 페퍼의 본체 가격은 19만8000엔(약 178만원·세금 별도)이다. 앱을 다운로드하고 기능을 늘리기 위해선 별도의 기본 요금을 매달 내야 한다. 3년 계약으로 월 1만4800엔(약 13만원)이다.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WiFi 환경’이 이용 조건이다. 수리 지원을 받기 위한 보험료는 월 9800엔(약 8만8000원)이다. 소프트뱅크는 이르면 올해 안에 해외 판매도 시작한다.

 소프트뱅크는 이를 위해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손을 잡았다. 또 대만 전자업체인 훙하이(鴻海)정밀공업도 로봇사업에 끌어들여 3개 회사가 합작사인 ‘소프트뱅크 로보틱스 홀딩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가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훙하이정밀과 알리바바가 각각 20%씩 출자해 개발과 제조·판매를 분담한다. 18일 회견에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우리 생활에서 로봇은 자동차만큼이나 당연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1조5000억 엔(약 13조4000억원)인 일본 내 로봇 시장의 규모가 2035년 10조 엔(약 9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용 로봇의 증가율은 18%에 그치지만 페퍼와 같은 서비스형 로봇은 4조9000억 엔으로 13배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소프트뱅크 인간형 로봇 ‘페퍼(Pepper)’

▶키 : 1m21㎝ ▶몸무게 : 29㎏ ▶센서와 인공지능 장착 ▶무선 WiFi 환경 ▶본체 가격 : 19만8000엔(약 178만원) ▶월 이용료 : 1만4800엔(약 13만원)

일본 소프트뱅크 대리점 가보니
악수하고, 춤추고, 한숨까지 쉬어
말동무 삼으려는 구매 예약 긴 줄
본체 178만원 … 기본요금 월 13만원
알리바바와 합작, 이달 1000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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