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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줄기세포·3D프린팅 … 수다로 술술 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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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왼쪽부터 정준호 과학저술가,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종필 고려대 연구교수, 이명현 천문학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사진 사이언스북스]

과학 수다 1·2
이명현·김상욱·강양구 지음
사이언스북스, 280·272쪽
각 권 1만6500원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절대 불변의 명제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놓고 의심(방법론적 회의)를 했다. 그 결과 도달한 명제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이다. 데카르트 덕에 자아는 불변하는 명제임을 알게 됐다. 사전 정의에 따르면 자아는 의식하는 주체다. 그렇다면 자아는 어떻게 의식하는 것일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 1994년 의식에 관한 국제 학회가 처음 열렸다. 철학자·심리학자·인지과학자·뇌과학자·물리학자·컴퓨터 엔지니어 등이 모였다. 그리고 20년 뒤 다시 모였는데 그 주제가 ‘정의부터 합의하자’였다. 20년이 지나도 의식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한 것이다.

 의식은 뇌과학의 영역이다. 책은 이렇게 알쏭달쏭한 과학을 수다로 풀어냈다. 저자 이명현은 천문학자이고, 김상욱은 물리학자, 강양구는 프레시안의 과학·환경 담당 기자다. 셋이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 “과학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기존의 구태의연한 방식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독자와 나눠보자”고 결의했다.

 방법은 수다였다. 주제에 따라 전문가를 초청해 함께 수다 떤 내용을 책에 담았다. 뇌과학에서 암흑에너지까지, 빅데이터에서 투명 망토까지 주제는 다양하다.

 ‘줄기세포’ 이야기를 할 때 황우석 사태의 최초 제보자가 참여해 눈길을 끈다. 당시 ‘닥터 K’로 알려진 류영준 강원대 의학 전문 대학원 교수다. 그는 황 박사와 공동으로 줄기세포 연구를 하다 황 박사의 생명윤리(난자 매매), 연구윤리(논문 조작)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황우석 사태 때 ‘PD수첩’ 팀과 함께 류 교수를 지원한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이 수다에 참여해 배아의 정의부터, 2013년 미국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가 성공시킨 인간 복제 배아 줄기세포까지 설명한다. 연구 성공의 핵심 중 하나는 젊은 여성에게 막 채취한 ‘신선한 난자’인데, 미탈리포프 박사는 광고를 해서 3000~7000달러를 주고 난자를 샀다. 배아 복제 줄기세포 연구와 생명 윤리 문제가 함께 거론되는 이유다.

 최근 들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3D 프린팅’을 주제로 수다를 나눌 때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였던 고산 타이드 인스티튜트 대표가 가이드로 나선다. 그는 현재 서울 세운상가에서 3D 프린터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3D 프린터 열풍에 대해 고산은 “3D 프린팅은 30년 된 기술인데 특허로 묶여 있다가 2009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과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대화 형식으로 쓴 책은 많았다. 이 책은 집단 수다라는 형식을 택함으로, 쉬우면서도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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