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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1호는 ‘증권사 + ICT 연합군’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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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범한다. ‘국내 1호’는 증권회사를 주축으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가 유력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을 두지 않을 뿐 기존 은행이 하는 모든 업무를 다룰 수 있게 된다. 신용카드업, 방카슈랑스(보험대리점)까지 겸영하게 돼 파장이 은행뿐 아니라 전 금융권에 미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이런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제한한 은산(銀産)분리 조항을 완화하고, 연내 시범 사업자에 대한 인가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6월 3일자 B4면

 이를 위해 금융위는 현행 은행법상 4%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지분 소유 상한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5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9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은산분리 규정을 그대로 두면 ICT기업 등 다양한 사업자들의 참여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자산 5조원 이상인 61개 대기업 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은산분리 완화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안은 ‘단계적 접근법’을 택했다는 게 눈에 띈다. 은산분리 규정을 담은 은행법 개정과 관계없이 9월 인가 신청을 받아 내년 상반기 1~2개 사업자에 인가를 해 줄 예정이다. 여기에는 은산분리가 워낙 민감한 이슈라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 일단 사업을 시작한 뒤 새로운 서비스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 법이 개정된 이후에 ICT기업이 중심이 된 사업체에 추가로 인가를 내주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시범 사업자는 금융회사가 주도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기존 은행은 배제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다. 금융위 도규상 금융서비스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시장에 혁신과 경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인 만큼 기존 은행이 주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을 제외하면 남는 건 제2금융권이다. 그 중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건 증권사다. 보험사는 대기업 계열사가 많고, 저축은행은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두드러진 경쟁력이 없어 시범사업자로 선정하기는 부담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안의 또 다른 특징은 예상과 달리 인터넷전문은행의 업무범위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금·대출은 물론 외환, 신용카드, 보험판매까지 기존 은행이 하는 모두 업무를 허용하겠다는 얘기다. 신규 진입자가 금융권 전반에 퍼진 보신주의를 깰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급결제에 강점이 있는 ICT 업체들이 참여하면 특히 신용카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가 심사의 최우선 기준도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 ‘혁신적 사업모델’이다. 중금리 대출, 100% 모바일 기반 서비스,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시범사업은 우회로일 뿐 진정한 의미의 혁신적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위해선 은산분리 완화가 관건이다. 은산분리 완화는 2008년에도 추진됐지만 결국 국회 문턱을 넘는데 실패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9월에 개정안이 제출될 경우 한 달 내에 논의가 마무리돼야 연내 통과가 가능한데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며 “국회 통과가 지연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제2금융권만의 ‘찻잔 속 태풍’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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