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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서 예배 보던 신도들에게 무차별 총기 난사

중앙일보

입력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무대였던 미국 남부도시 찰스턴이 '비극의 도시'로 변했다. 유서 깊은 흑인 교회에서 백인 청년이 예배를 보던 신도들에게 총을 난사해 9명이 숨졌고 용의자는 도주했다.

범행은 17일(현지시간) 오후 9시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시 도심의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에서 발생했다. 200년 가까이 지역 흑인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곳이었다. 신도들은 평화롭게 저녁 예배를 보고 있었다. 용의자는 갑자기 교회에 들어와 신도들에게 총을 쏘았다. 8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진 2명 중 1명도 사망했다. 교회 담임 목사이자 주 상원의원인 클레멘타 핀크네이 목사도 희생됐다.

경찰은 총기 난사범이 체구가 작고 호리호리한 21세 가량의 금발 백인 남성이라고 설명했다. 헬기 탐조등이 시내 곳곳을 비추면서 찰스턴의 밤은 대낮처럼 밝았다. 미 연방수사국(FBI)도 수사에 합류했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을 ‘증오 범죄’로 규정했다.

미국 사회는 교회 안에서 총기 난사 범죄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에 빠졌다. 교회 안에서 예배 중인 신도들을 대상으로 범행이 발생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세프 릴레이 찰스턴 시장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악랄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전에 나선 잽 부시 전 플로리다 주자사는 18일 찰스턴을 찾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했다. 사건이 발생한 교회는 1822년 공동 설립자인 덴마크 베세이가 흑인 노예 봉기를 주도하다가 적발돼 35명이 목숨을 잃는 등 미국 흑인 기독교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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