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악재 덮쳐 올해 성장률 2.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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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다. 주요 전망기관이 2%대 성장률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꺾이고 있는 반면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고, 여기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악재’까지 가세한 탓이란 설명이다.

 17일 금융연구원은 경제전망 수정 발표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8%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내놓았던 전망치(3.7%)보다 0.9%포인트 낮은 것이다. 2%대의 성장률이 현실화될 경우 2013년 2.9%에서 2014년 3.3%로 다소 회복되는 듯 했던 우리 경제는 한해 만에 다시 고꾸라지는 모양새가 된다.

 성장률을 끌어내린 가장 큰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연구원은 올 수출 증가율이 2.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13년 4.3%, 지난해 2.8%에 이어 둔화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얘기다. 특히 엔저(低)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또다른 성장축인 내수도 기대에 못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8%에서 올해 2.0%로 ‘찔끔’ 개선되는데 그칠 전망이다. 수출 부진에 설비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5.8%에서 올해는 4.4%로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다.

 메르스 사태는 가계 소비를 위축시키고 외국 관광객을 줄여 올 성장률을 약 0.1%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것도 메르스가 지역 감염으로 확대되지 않고 최초 발병 이후 한달간 지속된 뒤 사라진다는 전제에서다. 연구원은 “메르스가 확대될 경우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노무라투자은행도 이날 메르스 영향으로 한국의 올 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0.3%포인트 낮아진 2.2%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30만 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관광객 감소가 0.1%포인트, 가계소비 부진이 0.2%포인트를 각각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메르스가 소비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해보이고, 경기의 하방 위험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도 지난 4월 한차례 떨어뜨린 성장률 전망치(3.1%)를 다음달 2%대로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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