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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속 '레반' 대량생산 길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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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한국의 대표적 전통식품인 청국장은 특유의 진한 냄새뿐 아니라 끈적끈적한 맛이 일품이다. 여러 종의 미생물과 식물체에 소량으로 존재하는 '레반(Levan)'이 청국장을 끈적거리게 만든다.

레반은 여러 개의 당이 붙은 다당류의 일종으로 사막지역의 선인장이나 한대지역의 식물에서 각각 수분을 유지하고 추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화장품으로도 유용한 성분이다.

그 레반이 최근 들어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지방의 흡수를 억제하고 유산균의 생육을 촉진하는 대신 유해한 미생물의 번식을 저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다.

다이어트용 건강식품과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사료첨가제로서 상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대량 생산 기술이 없어 상품화 면에서 크게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바뀌어 곳곳에서 레반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상기 대사공학연구실장이 4일 레반의 대량 생산 공정을 개발했다고 발표, 산업화 가능성을 크게 한 것이다.

李실장 연구팀은 6년간의 연구 끝에 알코올을 생산하는 미생물인 '자이모모나스(Zymomonas)'로부터 레반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발효 시스템을 갖췄다.

또 설탕에서 레반을 만들어내는 효소의 유전자를 밝혀내고 이들 효소를 인위적으로 손쉽게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제한 효소를 설탕과 섞어주면 레반만 만들어내는 공정으로 연결된다. 미생물을 키워 레반을 분리하는 경비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李실장은 "지금까지 레반과 관련한 연구논문 25편(해외 17편)을 꾸준히 발표해왔고 14건의 특허(7건은 출원)를 갖고 있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계속 다양한 용도를 개발한다면 2백억원의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근 면역력을 높여주는 기능과 특히 대장암에 대한 항암 활성도 보이고 있어 의약품으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李실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레반을 식이섬유 원료로 허가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미국 화장품협회(CTFA)에 천연보습제로 등록을 마쳤다. 레반 기술을 이전받은 ㈜리얼바이오텍이 현재 상품화를 추진 중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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