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열 기자의 취재 그 후] "목회자에게 아예 돈 주지 마세요"

미주중앙

입력

오정현 목사(서울사랑의교회)는 기독교 신앙을 "자아 실현이 아닌, 자기 부인"이라 했다.

한 달전 남가주사랑의교회(담임목사 노창수)를 방문한 오 목사는 주일 설교에서 자기 부인의 방법을 이렇게 말했다.

"영의 생각이 육의 생각을 지배하게 만들어야 한다. 범사에 주님께 자꾸 물어야 한다. 그러면 주님의 심정을 깨닫게 된다."

그가 강조한 예수의 심정은 어떤 의미였을까. 남가주사랑의교회 담임목사였던 그가 친정을 방문했다기에 당시 설교를 들으며 떠올린 단상이다.

그는 미주 한인 사회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학위 논문 표절, 3000억 원짜리 교회 건축 등 오 목사에 대한 행적과 논란은 독자들에게 늘 관심사다.

매달 수백만 원에 이르는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비가 지난주 공개됐다. 본지 6월5일자 A-4면> 이는 그가 월급(1000만 원 이상) 외에 별도로 지급받는 돈이다.

논란의 핵심은 '목회 활동비'라는 명목보다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지출 내역이다.

아내를 위한 골프채 구입, 골프 레슨, 160만 원짜리 안경, 예술의전당 회비, 뮤지컬 및 콘서트 티켓, 맞춤 양복 및 와이셔츠 등이 과연 목회 활동에 필요한 지출이었을까. 종교인의 삶으로 보기에는 다소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목사는 분명 직업이다. '목회자는 가난해야 한다'는 명제는 절대 옳지 않다. 그들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삶을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다.

동시에 목사는 종교인이다. 영리 추구가 아닌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그들에게 과한 '부(富)'는 불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오 목사는 균형을 잃었다. 아니 정도가 지나쳤다. 그는 다수가 공감하는 삶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듯하다.

이번 이슈를 굳이 기독교 정신, 목회자 윤리 등과 결부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상식과 보편적 관점만으로도 충분히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문제다.

최근 본지가 보도한 어떤 교계 기사에 한 독자(아이디·kosunghoon)가 안타까움이 담긴 댓글을 남겼다. 오늘날 일부 목회자를 향한 당부였다. (민감한 단어는 수정 또는 제외했다)

"요즘 기독교를 보면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목회자들에게 아예 돈을 주지 마세요. 돈 없고 배고파 하며 힘들게 살아보세요. 그들은 교인들이 어떻게 피땀 흘려 헌금을 내는지 모를 겁니다. 그만큼 힘들게 돈을 벌어본 적도 없을 겁니다. 교회에서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니 세상 물정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교인은 목사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용도가 아닙니다".

일부의 사례를 모든 목회자에게 적용하는 건 안 된다. 묵묵하게, 신실하게 소명을 감당하는 이는 너무나 많다. 다만, 논란이 되는 일부가 교계와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과 폐해가 너무 크다.

과연 특권을 누리는 일부 목회자가 문제일까, 그들을 양산하는 교인이 문제일까.

과연 예수는 지금 어떤 심정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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