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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 … 대한항공기 100대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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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저비용항공사(LCC)의 공습에 맞선 국적 대형항공사의 반격이 시작됐다. 조양호(66) 대한항공 회장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레이 코너 보잉 상용기 부문 최고경영자(CEO), 파브리스 브레지에 에어버스 CEO와 차례로 만나 차세대 항공기 100대를 도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총 13조원에 이르는 ‘메가톤급’ 계약이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조 회장은 계약 직후 “새로 도입한 기종을 급성장하는 아시아 시장 위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보잉사의 B737MAX-8과 에어버스사 A321NEO 기종을 50대씩 구매한다. 대당 가격은 1000억원대. 최대 운항거리가 5634~5904㎞에 이르는 중·단거리 전용 항공기다. 최신 엔진 기술을 적용해 동급 항공기 대비 연료소모를 15~20% 줄였다. 2019~2025년 순차 도입한다. 2019년 기준으로 20년 이상 운항한 B737NG 기종 50여 대부터 대체한다. 대한항공이 현재 보유한 여객기가 124대란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투자다. 재원은 미국수출입은행·유럽중앙은행에서 각각 장기간 저리로 빌린 돈과 노후 항공기 매각대금으로 충당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에 도입하는 항공기는 차세대 신형 기종으로 프리미엄 항공사 이미지에 걸맞은 효율성·안전성·편의성을 모두 갖췄다”며 “안전이 항공 여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올라 최신형 기종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항공기를 대규모로 들여오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LCC는 항공기 구입·임대조건이 국적 대형항공사보다 불리하다”며 “대한항공이 대규모 계약으로 승부수를 던졌다”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르스 확산, 엔저(엔화 약세) 같은 악재에 선제 대응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LCC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2005년 진입한 LCC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분기 국제선 여객 점유율을 보면 LCC는 2013년 9.4%에서 지난해 12.1%, 올해 13.2%까지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간 국적 대형항공사 점유율은 56.5%→53%→49.2%로 떨어졌다. 승객 수도 올 1분기에 전년 대비 대한항공이 8.2%, 아시아나항공이 10.1%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LCC 5개사(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는 28.4% 증가했다.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은 올 1분기 매출 1444억원, 영업이익 216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그동안 국적 대형항공사들은 중·장거리 노선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LCC가 중국·동남아 노선까지 보폭을 넓히자 ‘안방 시장’을 더 이상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국내선의 경우 KTX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CC와 싸움에서 이기려면 고급 항공기와 차별화된 서비스로 대응해야 한다. 방콕이나 괌, 베트남까지 노선에서의 고급화가 관건”이라며 “현재 대한항공이 갖고 있는 풍부한 장거리 노선과 연계한 환승객 유치효과까지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공기 구매 소식이 전해진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전날(주당 3만5200원)보다 550원 오른 3만5750원으로 마감했다. 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은 “중·단거리 기종뿐 아니라 B747-8i, B787-9 같은 차세대 대형 항공기를 도입해 세계 항공업계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파리=고정애 특파원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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