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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참뜻 왜곡 "더블 스피크" 챔피언은 미국무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의 유명한 풍자소설가「조지·오웰」은 45년, 그의 유명한 작품 『1984년』을 쓸때「더블 스피크」(이중어)라는 새로운 말이 84년께면 유행하게 되리라고 예언했다.
세계가 거대한 3개의 전체주의 진영으로 분할되어 끝없는 전쟁을 하면서 국민들의 독자적 사고능력을 뿌리째 없애기 위해 모든 단어의 원뜻을 왜곡시켜 유행시킬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었다.
예컨대 「전생성」을「평화성」이라고 부르고 「선전성」은「진실성」으로 고치며 양심이니 애정이니하는 주관적 사고의 독립성을 조장하는 단어는 아예 없애버린 미래의 언어를 그는 「더블 스피크」라는 말로 불렀다.
「오웰」이 40년전에 예언했던 오늘의 세계가 반드시 그의 생각대로 비관적인 양상만을 띈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더블 스피크의 요소만은 오늘의 세계에서 꽤많이 발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영어의 순수성유지를 설립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는 미국 영어교사협의회(NCTE)는 최근 인권문제로 말썽이나고있는 나라에서 일어난 살인을 공식보고서에서 표현할때는 살인이란 말대신 『불법적, 자의적 생명박탈』이란표현을 쓰겠다고 발표한 미국무성을 금년도 더블 스피크 대상수상자로 선정했다.
2위의 영광은 선거유세증「자유주의자」와「좌익분자」를 같은 부류라고 말한 「조지·부시」 미부통령에게 돌아갔고,3위는 미해병대의 레바논철수를 『서쪽으로 2, 3마일 재배치한것』이라고 말한「와인버거」미국방장관에게 돌아갔다.
NCTE는 입상까지는 안가도 가작정도에 해당하는 더블 스피크가 금년에는 많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 예로 비행기 추락사고를 『지표로의 무조종 비행』이라고 표현한 교통안전국의 보고서, 평화를 『영구한 전전상태』로, 전투를『난폭한 처리』로, 핵전쟁에서의 민간인 사상자를 『부수적 피해』로 표현한 미국방성의 경우등을 들고있다.
이 단체는 74년 월남전에서 미군의 폭격행위를 「폭격이 아니고 공중지원이라고 불러!』라고 소리친 캄보디아 주재 미공군 정훈장교「오퍼」대령에게 첫상을 준이래 11년째 시상을하고 있는데 그 동안 「레이건」대통령도 두번이나 대상을 받았다.
80년에「레이건」대통령은『알래스카주에는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더많은 석유가 매장되어있다』고 고집한 덕분에 첫대상을 받았고 83년에는 최신식 전략핵미사일인 MX를『평화의 수호자』라고 이름지어 두번째 대상을 받았다.
이 단체는 반대로 성실하게 말의 정확한 사용을 위해 노력한 사람에게는「오웰」상을 주고 있는데 금년도 수상자는 ABC방송의 뉴스 앵커맨인 「테드·커플」이다.
이 단체는 영어에 미치고있는 더블 스피크에만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사실 이현상은 대중조작이 광범하게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전세계에 번지고 있는듯하다.
이 상은 이와갈은 풍자적방법으로 현대인의 사고를 원초적으로 방해하는 독소가 우리 주위에 널려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줌으로써 이를 퇴치하는 첫걸음을 내딛게 해준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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