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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전, 부부 대통령이냐 삼부자 대통령이냐

중앙일보

입력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5일(현지시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미국 대선전에 ‘부시 바람’이 불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커뮤니티대학인 데이드 대학에서 출마를 발표하며 선거전에 공식 합류했다.

아버지인 조지 부시와 형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부시 전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면 현재로선 민주당 후보로 가장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맞대결하며 각각 ‘3부자 대통령’ 대 ‘부부 대통령’이라는 전례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부시 전 주지사는 14일 ‘부시는 다르다(Making a Difference)’는 제목의 출마 예고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보수 원칙에 기반한 새로운 리더십”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들은 고칠 수 있다”며 ‘해결사’ 부시를 내걸었다.

부시 전 주지사의 정치 경력은 플로리다 주지사 8년 정도다. 2007년 1월 퇴임한 후엔 8년여간 정치적 공백기를 거쳤다. 그럼에도 그가 부시 집안의 주자라는 점만으로도 여론과 언론은 일찌감치 공화당의 강력한 잠룡으로 간주했다. 막강한 인지도를 이미 확보한데다 아버지와 형의 인맥ㆍ자금줄을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이다. 아버지ㆍ형과는 달리 멕시코 출신의 부인을 둬 민주당 표밭이던 히스패닉계를 뚫을 잠재력도 갖췄다.

하지만 부시 전 주지사는 14일 방영된 CNN 인터뷰에서 '부시 집안' 대신 '젭'을 강조했다. 그는 “젭은 조지(아버지와 형)와는 다르다”며 “나는 나”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가족을 사랑하지만 내가 성공하려면 내 진심을 알리고 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이날 공개한 부시 전 주지사 캠프의 로고도 ‘부시’는 빠진 채 ‘젭! 2016’으로 단순화했다.

부시 가문의 프리미엄을 물려받으면서도 '젭'으로 차별화하는 이유는 부시 전 주지사에게 아버지와 형은 비교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부시 전 주지사는 부시 집안에 걸맞은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부시 캠프를 긴장시켰다.

또 형 재임 때 벌어진 이라크전을 둘러싼 논란은 부시 전 주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이라크 전과 관련해)형을 옹호했다가 또 형과 거리를 두는 등 입장이 오락가락했다”고 전했다.

당내 경쟁도 부시 전 주지사가 넘어야 할 벽이다. 다른 공화당 후보와는 달리 부시 전 주지사는 이민개혁ㆍ교육개혁에 찬성하며 중도보수로 평가받는다. 부시 전 주지사가 골수 공화당 지지층인 티파티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NYT에 따르면 부시 캠프 내부에서 가장 긴장하는 당내 경쟁자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다. 둘 다 강경한 보수 노선에 서 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안방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보다 본선 확장력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누군가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내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노선 유지를 분명히 했다. 부시 전 주지사의 숨은 무기는 '워싱턴 혁파'다. 워싱턴 정치 경력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보도한 부시 캠프의 문건은 "국민 대다수를 뒷전에 놓는 망가진 워싱턴의 (정치) 문화를 막아야 한다”는 전략이 담겼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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